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당 대표로서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국회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등 4·7 재보선 후보들에게 직접 공천장을 나눠주고 다시 한번 재보선 승리를 다짐한 뒤 192일 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60.77%의 득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2년 임기의 당대표에 선출됐으나 192일 만에 사퇴하는 것은 대권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은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일 1년 전까지 당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이 전 대표는 재임 기간 지지율이 하락해 결국  지난 해 하반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역전을 처음 허용했고 현재는 상당한 격차로 이 지사가 앞서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대선이 1년 남은 시점에서 당 대표직이라는 무거운 옷을 벗고, 대권을 향한 검증대에섰다. 특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복지제도’ 띄우기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의료진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당원게시판에 올린 퇴임 인사에서 공수처 설치와 권력기관 개혁, 중대재해처벌법과 이른바 '공정경제 3법' 등을 원내지도부와 협력해 처리한 것을 당 대표로서의 성과로 꼽으면서 "국민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도적인 의석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대표로서 일하면서 자신의 부족함도 확인했다"며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걱정을 드려 몹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던 연초에 제안했던 사면론에 대해 “언젠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었다”며 “당장 하자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국민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헤아려야 한다는 아픈 공부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대권 경쟁상대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신복지제도는 소득, 주거, 노동 등 8개 분야에서 국가가 보장할 최저기준과 국민이 지향할 적정기준을 담은 종합적 복지제도이고, 기본소득은 그중 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보전해드리자는 제도”라며 “두 제도를 단순비교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 앞에 커피차를 불러 당직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으며, 특히 자신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당무위원회의에 참석한 이 지사에게도 “와줘서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한편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주재로 이날 열린 당무위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제주 4·3, 광주 5·18 관련 입법 등 쉽지 않은 성과를 낸 게 많다”며 “일부에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정말 어려운 거대 여당을 이끄는 일을 잘 해내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낙연 대표님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대표를 맡아 당을 잘 이끌어주셨다”고 추켜세웠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