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국 130개 법인 물류다각화
中자회사 매각은 사업효율 고려
고대 목욕탕․고대 무덤까지 운송
CJ대한통운이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법인 브랜드를 통합해서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하는 한편 대형 중량물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는 등 글로벌 리딩 물류기업으로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시장에서 점유율 50%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고수하면서 투트랙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매출에서 글로벌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나 된다. 이어 택배사업부문 28.9%, CL사업부문 24.2%, 건설사업부문 6.2% 순이다.
해외사업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양강모드를 구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글로벌사업부문은 해외사업, 포워딩사업(항공·해상·프로젝트)으로 구분돼 있다. 해외사업은 국내와 동일하게 전 물류 영역을 수행하는 종합물류 사업자를 지향하고 있으며, 전략 화주 및 성장 산업군을 타깃으로 해 사업영역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동남아·미국·중남미·유럽 등 전세계에 걸쳐 36개국 130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CL 사업, 철도 운송, 국제 특송, 로컬 택배, 항만 사업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워딩사업은 항공기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 포워딩과 선박을 이용한 해상 포워딩으로 구분된다. 선박과 항공기, 항공기·트럭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결합시키는 복합 운송 서비스가 있으며, 건설사의 건설 자재나 중공업의 화학 또는 발전 설비 등 초중량물을 최종 도착지까지 통관·하역·운송을 책임지는 프로젝트 화물 운송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통합법인 브랜드를 CJ대한통운의 브랜드와 같은 ‘CJ Logistics’로 적용해 공격적인 도약을 꾀하고 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지난 2018년 M&A를 통해 인수한 ’DSC Logistics’와 미국 법인 ‘CJ Logistics USA’를 합병해 미국 통합법인 ‘CJ Logistics America’를 2020년 출범시킨 바 있다. 이번 통합으로 1960년 미국 시카고 근교에서 태동한 60년 역사의 물류 기업 DSC는 CJ 브랜드로 거듭나게 됐다.
‘CJ Logistics’라는 단일 브랜드를 각인시키면서 K-POP·한식 등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CJ’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영업망을 확대, 잠재 B2B 고객 형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그림이다.
핵심은 국내외 투트랙 전략
더불어 CJ대한통운의 글로벌 프로젝트 물류 활성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초중량 프로젝트 물류를 연이어 수주하고 있는 것.
일단 프로젝트 물류는 플랜트, 산업단지 등 대규모 공사에 필요한 모든 중량 화물 및 기자재를 공사 일정에 맞춰 육상, 해상, 항공 등을 통해 현장으로 공급하는 업무를 지칭한다. 날씨, 국가별 정책과 문화, 도로 및 운송로 사정 등 복잡한 변수가 많은 특징을 가진 만큼 프로젝트 물류를 담당하는 기업은 공사의 건설자재는 물론 장비 운송까지 맡는 경우도 많다.
운송비 원가계산에서부터 원자재 및 부품을 포장해 인도지점까지 적기에 운송하고 해당 지역 관청과 협력하는 등 책임져야 할 일도 다양해 물류의 종합예술로 불린다. 대형 석유화학, 시추, 선박 블록, 조선 기자재, 강교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중량물 화물이 많아 고도의 물류기술과 노하우를 갖추지 못하면 프로젝트 수행 자체가 어렵다.
지난 10일 CJ대한통운의 중동지역 자회사인 CJ ICM은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구자르(Guzar) 지구 슈르탄(Shurtan) 지역에 천연가스 처리시설 중량물을 운송하는 약 400억원 규모의 ‘SGCC(Shurtan Gas Chemical Complex) 프로젝트 물류’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러시아·인도·벨기에·스페인·독일·이탈리아 등 9개국에서 중량물 기자재를 선적해 해상운송, 환적, 통관, 하역, 내륙운송 등 종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운송목록에는 최대 무게 450톤, 길이 98m 등 초중량물이 포함돼 있으며, 모든 운송화물의 총 무게와 길이는 약 8만톤, 680km에 이른다. 각 국가에서 우즈벡 건설 현장까지 해상과 내륙을 통해 운송되는 1회 이동거리는 2만여㎞에 달한다.
이에 앞선 지난 2월 24일에는 CJ ICM이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수르칸다리야(Surkhandarya) 남부지역에 건설하는 천연가스 처리시설 프로젝트 물류를 수주하기도 했다.
최대난이도는 고대유적 이송
이처럼 CJ대한통운은 물류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택배 박스부터 빌딩 크기에 육박하는 초중량물 모듈 기자재까지 고객이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옮기면서 ‘K-물류’를 알리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크고 무거운 중량물이나 문화재와 같은 특수한 화물을 운송하는 사례가 돋보인다.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의 글로벌 패밀리사 CJ제마뎁(Gemadept)은 호치민 메트로 1호선 전동차 3량을 출발지인 호치민 4군 킨호이항구에서 9군 롱비엔 차량기지까지 총 26km를 약 4시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운송했다. 1량당 길이 21m, 무게 37톤에 달하는 전동차 3량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운송하기 위해 중량물 전문 운송 장비인 견인차(Heavy Duty Prime Mover) 3대와 유압식 모듈 트레일러(Module HydraulicTrailer) 3대가 투입됐다.
호치민 메트로 1호선은 19.7km 구간에 총 14개 역 규모로 2012년 8월 착공해 2021년 중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마뎁은 호치민 메트로 1호선 준공에 맞춰 이미 운송이 완료된 3량을 포함 총 무게 1887톤의 전동차 51량의 운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CJ대한통운 UAE법인이 아부다비의 국영석유건설공사 NPCC(National Petroleum ConstructionCompany) 모듈 가공공장(Fabrication Shop)에서 제작한 약 2만8000톤의 초중량물 기자재 66개를 성공적으로 운송 및 선적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 UAE법인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 NPCC와 계약체결을 통해 모듈 가공공장 내 초중량물 운송 및 선적을 담당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조달된 물자를 하역해 운송하는 작업은 물론, 새롭게 조립된 초중량물 기자재를 모듈 가공공장에서 바지선까지 안전하게 운송 및 선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운송한 66개 이상의 기자재는 총 무게만 2만7597톤으로 아프리카코끼리 4600마리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2019년 CJ대한통운의 중동지역 글로벌 패밀리사인 CJ ICM이 터키 고대유적 23개의 운송에 성공하기도 했다. 터키 남동부에 위치한 하산 케이프(Hasankeyf)에서 총 무게만 1만2063톤에 달하는 고대 유적 23개를 안전한 장소로 이전하는 프로젝트로 ‘하산 케이프 프로젝트(Hasankeyf Project)’라고 불린다.
수력발전을 위한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하산 케이프 지역의 고대 유적을 4.7km 떨어진 문화공원으로 옮기는 전무후무한 문화유적 이송 프로젝트였다.
500년 이상 된 무게 1150톤의 고대 무덤 ‘제낼 베이 툼(Zeynel Bey Tomb)’, 800년전 터키에서 사용됐던 무게 1500톤의 터키 목욕탕 ‘아르투클루 베스(Artuklu Bath)’ 등이 포함됐다. 특히 운송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유적은 6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키즐라 모스크(Kizlar Mosque)’로 무게만 2350톤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이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NB에 “그간 다양한 산업의 물류를 수행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해왔으며 특수장비와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운송화물의 종류도 각종 플랜트 기자재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화물부터 전투기, 생물, 문화재와 같은 취급난이도가 높은 화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최근 중국 자회사 CJ로킨 지분 73.1%를 사모펀드인 파운틴베스트 파트너스(FountainVest Partners)에 전량 매각해 외려 해외사업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에 회사 측은 사업환경 변화를 고려한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의 일환이라며, 기존 중국법인을 통해 중국시장에서의 물류사업은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