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큰 북미, 유럽 시장은 물론
아프리카, 동남아 등으로 공략 확대
혹서·혹한에서도 제 성능 발휘하도록
삼성·LG전자, 여러 환경서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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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인 HVAC(냉난방공조)의 지형도를 넓히고 있다. HVAC는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의 약자로 난방, 환기, 공기조화를 개별 운영 또는 통합해 구현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목적은 실내 환경 최적화다. 양사는 데이터센터 증가,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수요가 큰 북미와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변화의 조짐이 인 건 열효율 관리가 세계적 관심사가 되면서다. 아프리카, 동남아 등에서도 HVAC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시장이 속속 부상했다. 삼성과 LG가 진출 대상을 확대한 배경이다.
속속 꽂아나가는 ‘공조 깃발’
LG전자는 지난 9월 아프리카 콩고공화국 브라자빌에 있는 마야마야 국제공항에 고효율 수냉식 스크류 칠러를 공급했다. 마야마야 공항은 노후화된 냉각 장비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LG전자는 앞서 도기니 바타 공항, 나이지리아 오군 공항 등에도 냉각솔루션을 공급하며 다진 경쟁력으로 공급사로 최종 선정됐다. LG전자가 공급한 제품은 국제 인증기관(AHRI) 기준 냉동 효율을 나타내는 성능계수(COP; Coefficient of Performance) 5.56을 달성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입증한 것이 특징이다.
중동 지역으로도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우디 네옴시티의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내 1.5GW(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동남아 지역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B2B(기업 간 거래)를 아우르며 현지 공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선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1Way 카세트(Cassette)형 시스템에어컨 신모델을 선보이며 현지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이 제품에는 기존 냉매인 R410A에 비해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32% 수준으로 낮은 R32 냉매가 적용됐다. ‘AI 절약 모드’를 사용하면 에너지 소비전력을 최대 20%까지 절약할 수 있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프리미엄 주거 단지부터 공공시설, 고급 리조트, 호텔 등 대규모 시설을 중심으로 냉난방공조 솔루션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동남아 시장에서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으며, 1Way 카세트 모델의 판매량은 35% 이상 급증했다.
혹독한 기후 찾아가 연구
양사는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혹서와 혹한 등 극한 기후를 보이는 곳에 센터를 차리고 안정적인 성능 구현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 ‘삼성 HVAC(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테스트 랩’을 설립했다. 아사히카와는 겨울철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진다. 월 누적 적설량은 최대 127cm에 달하는 혹한이자 강설 지역이다.
삼성전자는 이곳의 극한 기후를 활용해 냉난방기의 난방 성능을 좌우하는 ‘제상 시스템’과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히트펌프 솔루션’의 신뢰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특히 ‘제상 시스템’은 냉난방기의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에 쌓이는 성에를 제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미국 알래스카, 노르웨이 오슬로, 중국 하얼빈 등 한랭 지역에 히트펌프 연구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부산대학교, 킹사우드대학교, 셰이커 그룹과 혹서지 환경에 최적화된 HVAC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사우디 현지에 제품을 설치하고 실사용 환경에서 수집한 운전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성능과 제어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룰레오 공과대학, 로컬 시험소 등과 협업해 히트펌프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파르게 성장 중인 냉난방공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간 쌓은 기술력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특히 고효율 가전 등을 만든 경험과 여기에 AI(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할 역량을 보유한 점이 세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