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임기말기에 들어선 남조선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16일 오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 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우리 당중앙(김정은)은 이미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전 봄날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면서 “이것이 해마다 3월과 8월이면 되살아나는 남쪽 동네의 히스테리적인 전쟁연습 광기를 염두에 둔 것이며 북남관계의 마지막 기회로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남조선당국이 앞으로 상전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남북정상 합의 파기를 시사했다.
김 부부장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조평통 해체를 시사했으며, 또한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금강산관광 완전 백지화도 경고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라며 3년 전 남북정상회담 합의 전면 파기를 위협하면서 “이러한 중대조치들을 이미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부장은 “임기말기에 들어선 남조선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이같은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김 부부장은 조 바이든 미국 정권을 향해서도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편한잠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나온 첫 공식 대미 메시지로, 남측 당국에 대한 경고보다 수위가 약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기적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가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2면에 실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엄포성 경고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 대한 입장을 어느 정도 확정하고 추후 구체적인 실행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는 8차 당대회 폐막 직후인 지난 1월 13일 남한 군 당국의 ‘북한 열병식 정황 포착’ 등 발표에 대해 비난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한 핵심 관계자는 1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내놓은 이번 반응은 과거에 비해 그리 과격하지 않아 보인다. 판을 완전히 뒤집기 보다는 한반도 정세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북한 반응에 대해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상황 관리를 위해 노력해나가겠다”며 “북한이 우리 의지를 감안해 보다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