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GNU)에서 시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지율 시인(47, 문학박사)이 詩네마 산문집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들’과 학술 연구서 ‘한국 현대시의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 두 권의 책을 잇달아 펴냈다.
詩네마 산문집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들’(발견, 240쪽, 1만 3000원)은 시 73편과 영화 73편을 통해 충분히 낯설고 또 충분히 숭고했던 시적 순간들을 현실로 소환하고 있다.
추천 글을 쓴 이병률 시인은 “인간은 순간을 산다. 삶이 영 아니다 싶을수록 삶이 시나 영화가 될 수 있다면 하고 바라는 것은, 영원에 관여하고 싶은 간절함일 텐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잘 구워낸 영원 한 조각이다”라고 평했다.
책에서는 황유원의 ‘류마니아 풍습’이라는 시와 영화 ‘아비정전’을 나란히 놓았다. 황인숙의 ‘강’과 ‘카페 드 플로르’를 하나의 생각에 담았다. 책을 읽는 사람은 시와 영화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어느새 작가가 깔아놓은 돗자리 위에 자기가 올라앉아 있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시 한 편과 영화 한 편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좇아가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영혼을 구원받고 있음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시를 읽었거나 영화를 보았거나 하는 사전 경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학술 연구서 ‘현대시의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역락, 301쪽, 2만 4000원)의 1부는 1930년대 식민지 현실에 부딪히면서 다양한 모습의 결을 보인 현대시의 근대성을 백석과 오장환의 시를 통해 밝히고 있다.
2부에서는 1960년대 김수영과 김종삼 그리고 전봉건의 시에 드러나는 미적 부정성의 양상을 각각 전위, 숭고 그리고 그로테스크로 나눠 해석하고 있다. 이들의 미적 부정성은 문학의 범주 내에서의 저항이며 그 실현에 대한 가능 혹은 불가능을 예측하지 않고 그 자신의 한계를 끝까지 밀고 나감으로써 시대의 부정과 화해하지 않으려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김 시인은 머리말에서 “우리 현대시의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은 여전히 시작점이고 언제 끝날지 모를 미지 속에서 복잡하고 불투명한 여지를 매 순간 안고 있다”며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기의와 해석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한 시대에 어떻게 수용되었고 그 시대의 시인과 시에 새롭게 닿아 움직였는지를 살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역사와 현실의 한복판에서 시인이 시로 맞선 갈등의 순간들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낯선 오늘을 말하는 것이고, 그 새로운 변화의 두려움을 온몸으로 뚫고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시로써 할 수 있는 것과 시로써 할 수 없는 것 사이 무수한 좌절과 불안을 견디는 것, ‘얼굴 없는 희망’으로 이 낯선 현실과 불가능한 타협을 하는 자리 그곳이 시와 시인이 있는 자리”라고 말한다. 더불어 “돌이켜 보면 시는 언제나 현실 속에서 또 다른 새로운 현실을 살고 있으며 그 현실을 어쩌지 못해 매번 실패하는 것이라”라고 말한다.
한편, ‘시사사’로 등단한 김지율 시인은 201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2014년부터 5년간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됐다. 2018년 시집 ‘내 이름은 구운몽’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 시인 대담집 ‘침묵’이 있다. 현재 경상국립대에서 시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