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거론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을 두고 당내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재보선 참패 원인을 두고 여권 내 계파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5명의 의원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우여곡절 끝에 총사퇴한 지 하루 만인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4·7 재보궐 선거 참패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돌아선 국민의 마음, 그 원인은 결코 바깥에 있지 않는다”며 “그 원인은 저희들을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이들 의원들은 참패 원인으로 무공천 번복, 추미애·윤석열 갈등(추·윤갈등), 조국 수호, 내로남불 등을 지목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이들은 “이번 재보선을 치르게 된 원인이 우리 당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은 당헌 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도 없었으며 당내 2차 가해를 적극적으로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검찰개혁은 종전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 윤석열 갈등으로 점철된 추진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잃고 말았다”며 “오만과 독선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국민들께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하였음에도 그것이 개혁적 태도라 오판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로남불의 비판을 촉발시킨 정부여당 인사들의 재산증식과 이중적 태도에도 국민에게 들이대는 냉정한 잣대와 조치를 들이대지 못하고 억울해하며 변명으로 일관해 왔음을 인정한다”며 “분노하셨을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들 목소리가 확산돼 2030 초선의원들도 곧바로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당헌·당규를 고쳐가면서 무리하게 후보를 낸 점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사실상 방관한 점 △검찰개혁과 부동산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 등에 대해 사과했다.
이들은 “이번 재보선 참패 원인을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표로 심판받고도 자성 없이 국민과 언론을 탓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친문 주류를 정면 비판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1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초선의원들이 조국사태 문제를 정면 제기한 것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2030 청년들의 마음이 우리로부터 많이 돌아섰다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따라서 우리라도 솔직하게 평가하고 말씀드리는 것이 우리가 달라지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가장 혁신적이고 당내의 주류적 관행과 기득권 구조에 비판적이었어야 할 우리 청년의원들까지도 오만했고 게을렀고 용기가 없었다”며 “재보선 과정에서 우리가 느낀 국민들의 냉정한 표정과 마음을 기억하며 지금부터 우리 청년의원들이 더 겸손하게 성실하게 용기를 내겠다. 민주당 내에서 할 말을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체세력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성문이 쏟아지자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을 ‘초선 5적’, ‘초선족’ 등으로 치부하며 의리를 저버렸다고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모 의원의 배우자가 검사라고 주장하는 등 이들의 쇄신 요구가 정치적 악의라고 몰아가는 비난도 있다.
이에 한 의원은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특히 강성지지자들은 SNS 등에 ‘좌표 찍기’ 식으로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유되면서 하루 4천∼5천 통의 비난 문자메시지가 쇄도했다”면서 “특히 문자도 문자지만, 전화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어쩔 수 없이 무음 처리를 해 놓았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당내 금기로 여겨지던 문제를 정면 비판하고 나서면서, 재보선 참패 후 ‘정풍 운동’이 시작될 지 주목된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