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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낙원(樂園)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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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1.07.01 10:38:06

(사진=청와대)

걱정과 괴로움 그리고 고통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 우리는 그곳을 낙원(樂園)이라 부른다. 그곳을 꿈꾸고 찾는다.

코로나 시대에 파라다이스 같은 여행지를 갈 수 없기에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필자도 그중 한 명이다. 콘텐츠를 뒤적거리다가 회원으로 가입한 OTT에서 서비스 종료를 앞둔 영화 ‘비치’를 틀었다.

200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모험을 즐기는 주인공(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지상낙원이라는 비밀의 섬, 즉 ‘비치’를 찾아가지만 결국 그곳을 영유하는 공동체의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곳은 낙원이 아니었다.

낙원이라 믿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지 않는다. 그동안 믿었던 것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없다는 몸부림이 잔혹하다. 결국, 우리가 낙원이라 믿었던 곳은 사실 낙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유토피아가 있다면 모두 그곳으로 몰려갈 것이다. 지형지물이 그렇다 쳐도 사람 사는 곳이라면 그러한 공동체를 기대하긴 어렵다. 현세에 없기에 내세에 있다고 믿는 것일까.

영화 ‘비치’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무료해 보였다. 하지만 관계가 끝난 줄 알았던 사랑하는 이의 연락을 받고는 다시 현실이 낙원이 되는 순간을 접한다. 낙원과 지옥은 한 끗 차이다. 외부에서 얻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발현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낙원을 스스로 그린다. 실체 할지 말지는 오로지 개인의 마음이다. 영원하지 않으며 천국과 지옥으로 뒤엎어 돌아간다. 또한 시공간을 초월한다. 누구에게나 짧은 순간이더라도 삶이 낙원이었던 적이 있다. 행복했던 순간이 그러하겠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주관적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내적 발현이라고 한들 현실이 지옥이라면 쉽게 접하지 못한다. 딛고 사는 현 대한민국은 낙원이 아니라고 전제한다. 현실사회로 낙원이 아니지만, 이상향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순 있다.

현 정부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제대로 구현했는지는 의문부호다.

이런 와중에 대선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정권 유지냐 교체냐를 가릴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 일단 여당은 약속한 바를 이뤄냈는지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적폐청산과 개혁 그리고 K-방역 등으로 국가 위상을 높인 부문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등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벼락거지 양산과 특권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및 불평등을 초래한 정책 실패는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반면 야당에서도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공정이다. 공정의 가치가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불공정이 만연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세상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팽배하다. 국민은 낙원을 원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이 삭제되지 않는 공평한 시스템을 만들어 주길 원한다. 못 가진 자도 가지도록 지원해주는 정책, 평등과 인권존중, 공정한 사회를 구축하는 게 대통령과 정부가 할 일이다. 통치가 아니다. 그러한 시스템을 구현해줄 자를 눈을 부릅뜨고 가려내야 할 것이다.

정치의 종교화는 거두자. 맹목적으로 네 편 내 편, 선과 악으로 갈라치기만 한다면 제대로 보지 못해 결국 권력다툼에 희생되는 것은 국민이다.

정치에 소망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내심 알고 있지만, 책임을 지운다. 그 책임은 무겁다. 안빈낙도가 아닌 다음에야 현실에서의 불만을 해소하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절망에서 벗어나 정도를 잡아주는 것이 정책과 제도다. 미래예측이 가능하고 불확실성과 변수에 적절히 대응해 안정감을 유지해주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부가결 요소인 사회구조 틀이다. 잘 짜여진 체계 속에서 자유와 질서를 경험하며 희망과 미래를 꿈꾼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국민을 백성 취급해 잘살게 해주겠다는 것은 허구다. 이를 바래서도 안 된다. 다만 모두가 평등한 가운데 현재보다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프로세스가 형성되길 고대한다.

완벽한 세상은 없다. 낙원을 원한다면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각 개인 하나하나의 교집합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낙오돼 실패자로 좌절하지 않게 일으켜 세워주는 사회. 특권층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서로 보듬어 사는 살맛 나는 세상. 그것이 바라는 대한민국이다.

구체적인 국가 비전 설계도 없이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인물과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마냥 좋아질 것이라는 바람은 버리자. 그들만의 권력다툼에 휩쓸리지 말고 제시한 청사진의 실현 가능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지는 대선이 돼야한다. 대통령직을 맡길만한 자인지 비리 등 철저한 도덕적 검증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 5년이 고통 속으로 퇴행하는 기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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