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생 국민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여야 정치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80%에게만 지급하는 것이 적정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여야 의원들이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줘야 한다” “카드 캐시백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등 맹폭에도 꿋꿋하게 ‘금고지기’로서의 소신을 꺽지 않았다.
이날 민주당 회의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돼 전 국민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겠느냐”면서 “여·야 대표가 모여서 전 국민 지급을 합의한 것은 국민의 요구가 있었던 것”이라고 홍 부총리를 질타하는 등 설전이 오갔다.
우 의원은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폭 지원하는 쪽으로 국회가 결정하면 정부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길은 정치권이 내는 것이고, 정부는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정부가 반대해 국회가 결정하지 못할 정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재정 운용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부가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위 계층에 줘야 할 돈을 줄여서 5분위(소득 상위 20%)에 주자는 주장은 신중해야 한다.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정치권과) 견해가 다르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재정 투입량을 대폭 늘린 탓에 하위 80%에게만 지급하는 현재의 계획에 따라 나랏빚을 2조원 갚더라도 국가 채무(963조9000억원)는 여전히 1000조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 건전성을 사수하려는 홍 부총리의 노력은 민주당이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정하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홍 부총리의 소신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용민 최고위원이 “당내에서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을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해임카드를 꺼냈을 정도다.
물론 홍 부총리 해임 건의 등 민주당의 대정부 압박 수위가 고조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1차 재난지원금을 하위 50%에만 지급하자던 홍 부총리에게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해임 건의에 가까울 정도로 질책성 강한 언급을 한 바 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