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영남 대 호남'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단 불씨는 여권에서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이다.
이 지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분(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이 나가서 (대선에서)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 그렇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지금은 우리(민주당)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고,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라며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할 수 있는 후보, 그것도 좀 많이 받을 수 있는 게 저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이 발언을 호남 출신이자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문제 삼으면서 민주당 대선 경선이 지역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백제 발언’을 ‘호남후보 불가론’으로 규정하며 파상 공세에 나섰고, 이 지사는 즉각 ‘망국적 지역주의 조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여기에 호남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영남출신인 김두관 의원 등 여타 대선주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 측에 서고, 김 의원은 이 지사를 옹호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런 정치공방의 배경에는 호남민의 피해의식과 맞닿아 있는 ‘호남홀대론’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정치 지형을 바꿔놓을 정도로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과정에 열렸던 전당대회에서 친노 주류의 대표주자로 나선 문재인 후보가 당시 출마한 박지원, 이인영 후보에 완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남 출신인 박 후보의 ‘호남홀대론’과 ‘부산정권론’이 갈수록 힘을 받으면서 호남 기반의 당심이 문 후보를 이탈하는 바람에 결과는 박빙이었다.
특히 전당대회 이후 호남홀대론은 더 큰 위력을 발휘해 당시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등이 집단 탈당해 창당한 국민의당이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를 석권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백제발언’ 파동이 경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보별 유불리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2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인터뷰 전문을 잘 보면 ‘호남불가론’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이낙연 전 대표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면서 “호남 사람들일수록 지역주의 이용에 더한 거부반응이 있어 이번 사태로 역풍까지는 아니라도 이 전 대표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다른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통화에서 “이 지사가 인터뷰에서 ‘표 확장력’이 아닌 ‘지역적 확장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이 지사가 이 논란에 대해 확실하게 해명하지 않는 한 두고두고 비판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