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보도 등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강행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언론재갈법’이라고 강력 반발한 것은 물론, 언론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처리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최고위에서 “어제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인 언론중재법이 가결됐다”며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육참골단의 각오로 그동안 원 구성 협상만을 앞세운 야당의 입법 바리케이드를 넘어 수술실 CCTV, 미디어바우처법, 신문법, 부동산투기 근절 입법, 검찰·사법개혁 입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용민 최고위원도 발언에서 “완벽한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계속 논의를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며 “나아가 언론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포털 공정화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국민께 약속드린 법안도 반드시 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언론재갈법’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개정안 의결 직전까지 민주당이 가져온 대안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 소위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법안 처리 절차상 문제를 제기해 전체회의 등 향후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배상액 하한선은 해당 언론사 매출의 1만분의 1, 상한선은 1천분의 1 수준으로 명시했다. 배상액 산정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1억 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개정안에는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 신문 1면·방송 첫 화면·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노출하도록 강제하도록 검토했으나 심의 과정에서 수정됐다.
또한 정정 대상의 내용이 기존 보도의 일부인 경우에는 그 분량을 기존 보도 대비 2분의 1 수준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안도 반영됐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문체위원은 29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개정안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언론통제법’이자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법”이라고 반발하면서 특히 신설된 ‘고의·중과실의 추정 조항’에 대해서도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범위도 광범위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고의 중과실 여부의 입증 책임을 언론에 지워 기자와 언론사의 자기검열 유도 등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소위 친문 주류 세력에게 묻고 싶다”며 “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경직된 언론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대표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다수의 인터넷 언론사나 신규 언론사를 설립하고 선택은 국민이 한다는 취지로 언론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폈다”면서 “이것은 노무현 정신과 어긋난다. 본인들이 다소 불편하다고 정신을 저버리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5개 단체는 이날 “언론에 재갈 물리는 반헌법적 언론중재법 개정 즉각 중단하라”는 공동 성명을 채택하는 등 반발했다.
5개 단체는 성명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반민주적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약하려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하나만 보더라도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는 “민주당이 입법 권력을 이용해 언론을 길들이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언론 5단체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것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저지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