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1.08.05 10:42:26
남북간 통신선 복원으로 모처럼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이달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훈련을 연기하거나 규모를 최소화하자는 주장이 여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및 범여권 의원 60여명이 남북 대화 재개를 전제로 하는 ‘조건부 연기론’을 담은 연판장에 서명했으며,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정부에 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는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여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고 말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이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에 여권 의원들이 부응한 것이다.
이와 관련 진 의원 측 관계자는 5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진 의원은 남북 간 통신선 복구가 된 상황에서 이 모멘텀을 이어가려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연판장에는 남북 대화를 조건으로 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초 연판장은 설훈 의원이 제안했고,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동참 의사를 전해왔다”면서 “열린민주당은 의원 3명 모두 참여했고 정의당도 일부 의원이 함께하는 등 총 60명의 범여권 의원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일부 반발이 있지만 훈련을 연기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기류”라며 “이낙연 전 대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자고 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정부와 당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으며, 이외에 다른 대선주자들도 사실상 연기론에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반발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간의 신뢰를 기초로 남북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한미간 합의된 훈련은 불가피하다”고 연기론에 선을 그었다.
육군 대장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도 민주당 의원 단체채팅방 올린 글을 통해 “가뜩이나 우리 당이 안보와 한미동맹에 취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약점만 부각하는 셈이 된다”며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권의 이런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이어 이번에도 김 부부장의 하명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을 취소 또는 연기한다면, 권력 유지를 위해 국익을 팔아먹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김여정이라는 자가 대한민국 국방문제를 지휘하는 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지적한다”고 말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은 남매가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협박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통신선 재개를 위해 수차례 친서까지 보낸 것을 창피하게 여기는 대신 이를 자랑하는 것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