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1.08.09 10:30:07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다른 후보들에 대해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고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으나 이낙연 전 대표는 “늦었지만 환영한다. 그러나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응답해 ’불안한 휴전‘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지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격화되고 있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지역 순회 중에 ‘민주당이 집안싸움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무엇보다 원팀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정치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 드려야 하는데, 도리어 (네거티브 공세로) 걱정을 끼치고 실망감을 안겨 드리고 있다”고 ‘휴전’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등 다른 주자들도 공식적으로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 전 대표 측은 “사과가 우선”이라고 받아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처럼 이 지사가 선제적으로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데는 최근 이어진 음주운전 재범 의혹과 조직폭력배 연루설 등 자신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세가 본인뿐 아니라 당 전체의 비호감도를 높여 본선 경쟁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지사측 ‘열린 캠프’의 한 의원은 9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가 걱정을 끼치고 실망감을 안겨드리고 있다”면서 “특히 중진 의원들까지 공방에 가세하면서 이대로 가면 향후 원팀으로 뭉치기 힘들 만큼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따라서 이 지사는 이날 캠프 간 상시 소통 채널 구성도 제안했다”면서 “이 지사는 후보 간의 신상이나 사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 언론이 아닌 캠프 간 소통 채널에서 먼저 확인 과정을 거침으로써 불필요한 의혹 제기와 공방이 발생하지 않게 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 직후 이 전 대표도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늦었지만 환영하지만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기 바란다”면서 “지난 7월 19일 네거티브 자제를 포함한 ‘경선 3대 원칙과 6대 실천’을 제안드렸는 데 이 지사가 제안에 응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수장이 직접 나서 전선을 한발씩 뒤로 물리겠다고 공언한 셈이지만 불과 반나절도 못가 캠프간 삿대질은 여전해 주위를 불언케 했다.
이 전 대표 ‘필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경선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고르는 과정이고 덕담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본선 경쟁력을 위한 자질 검증과 정책 검증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신경민 캠프 상임부위원장도 “네거티브전의 시초는 있지도 않은 ‘박정희·전두환 찬양 논란’에서 시작됐다”면서 “‘노무현 탄핵’까지 지난 한 달간 벌여온 흑색선전에 대해 이 지사가 먼저 사과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 뒤 네거티브 중단을 약속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지사 캠프의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이 이 전 대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지난 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만일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 장담이 안 된다”고 한 발언 내용을 지적하며 공격했다.
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 끌어올리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 싶다.”며 “‘경선 패배 이후’ 대비책 중 가장 나쁜 ‘경선 불복’을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인 이병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했으면 캠프는 시늉이라도 하라”며 “캠프의 중책을 맡은 사람들이 다시 말꼬리 잡아 네거티브에 나섰다”고 반박하는 등 네거티브 중단 선언 반나절 만에 캠프간 설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른바 ‘명낙대전’을 ‘저질 싸움’이라고 비판했던 다른 후보들은 양강 주자들의 ‘휴전 선언’에 “양측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과열을 일으켜 온 해당 당사자들을 즉각 캠프에서 퇴출하고 당은 흑색선전을 퍼뜨린 양측 관계자를 즉각 징계하라”고 요구하며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