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1.09.01 10:32:29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법’을 재석의원 183명 중 찬성 135명, 반대 24명, 기권 24명으로 통과시켰다. 2015년 첫 논란 이후 6년여 만에 통과된 것이다.
이날 통과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은 전신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으며, 시행일은 2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3년 8월30일부터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후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의료기관은 수술 장면을 의무적으로 촬영해야 하지만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그리고 수술 장면을 촬영할 때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지만, 환자와 참여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가 동의할 때는 녹음도 가능하도록 했다.
따라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릴 근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권익을 한걸음 진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CCTV 설치·운영비를 의료기관이나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나눠서 부담할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3개 단체는 지난 달 31일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 관계자는 1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수술실 CCTV 설치법’을 통과 시킨 것은 극소수의 비윤리적 행위를 근거로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감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문가의 자율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법안은 헌법에서 규정한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으므로 무효화시키기 위한 헌법소원 등 법정 투쟁도 벌이겠다”면서 “대한민국 수술실의 미래를 살리기 위해 의료 붕괴를 획책하는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한 자세에 맞서 모든 특단의 대책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의에 의한 적극적 의료 행위가 징계나 징벌받을 가능성을 늘려가고 있다”며 “과감하고 적극적인 의료 행위를 했을 때 징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사람을 살리기 위한 시도를 하면서 조금은 주저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환자단체연합회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CCTV 법안은 2015년 처음 발의된 때로부터 6년 7개월이 지났으며, 특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후에도 9개월 동안 입법 공청회가 개최되는 등 의료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회 심의를 거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합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유령수술,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고 수술실 안전과 인권을 지켜줄 수술실 CCTV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 문제 제기를 모두 수용했다‘면서 “마취처럼 환자의 의식 없이 이뤄지는 수술은 환자와 보호자의 요청과 함께 기록하되, 일분일초가 급한 응급 수술 또는 위험도가 높은 수술, 수련 병원 등에서의 수술은 제외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환자는 안심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의료진 역시 자신의 의료 행위에 대한 성실한 기록과 증거가 남게 되니, 만일의 사태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면서 “수술실 CCTV 법을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는 ’신뢰의 블랙박스‘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의료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