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환기자 |
2008.10.21 06:48:02
‘도쿄’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과 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있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에서의 도쿄는 엄마와 함께하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나타냈고,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에서는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한 도피처로 도쿄를 선택했다. 그리고 월드 프로젝트 <도쿄!>는 봉준호,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 세 감독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도쿄를 그리고 있다.
영화가 공개된 후 도쿄를 배경으로 세 감독이 만들어낸 상상력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세 편의 영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를 낳고 있다. 언론 시사회 이후 세편을 비교하면서 ‘무능한 놈·나쁜 놈·이상한 놈 3색 도쿄(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동화 한편, 소설 한편, 만화 한편(씨네21 개봉영화 20자평 한동원)’이라며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삼인삼색의 또렷한 개성을 가진 영화 <도쿄!>는 이렇듯 세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게 관람 할 수 있다. 과연 세 감독은 도쿄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살펴보자.
흔들리는 도시 도쿄, 사랑도 흔들린다!
이상한 놈, 만화 한편 =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는 ‘히키코모리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도쿄를 이야기 한다. 11년 째 집 밖을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카가와 테루유키) 남자는 피자배달원인 ‘아오이 유우’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가 배달 왔을 때, 때마침 지진이 일어나고 쓰러진 그녀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11년 만에 처음 외출을 감행하고, 그녀를 만나자 또 다시 지진이 일어난다. 이렇게 <흔들리는 도쿄>에서는 일본의 ‘지진’이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봉준호 감독은 사랑에 눈을 뜨는 히키코모리 남자와, 히키코모리 생활을 동경하는 피자배달원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잡아냈다. <도쿄!> 중 가장 밝고 러블리한 색깔을 지닌 <흔들리는 도쿄>는 봉준호의 섬세한 멜로감성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외로운 도시 도쿄, 그녀가 변해간다!
무능한 놈, 동화 한편 = 미셸 공드리 감독의 <아키라와 히로코>
<아키라와 히로코>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동화적인 상상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히로코(후지타니 아야코)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즐기는 평범한 소녀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의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은 그녀를 외롭고 쓸쓸하게 만든다. 그런 그녀는 사람 가득한 이 도시 도쿄에서 사라지고 싶어한다.
그녀가 얹혀사는 친구의 아파트는 아주 좁고 무언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일종의 캐릭터이기도 한 작고 답답한 아파트는 주인공인 히로코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미셸 공드리는 주변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히로코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판타지와 코믹함으로 버무렸다.
미쳐가는 도시 도쿄, 광인이 나타났다!
나쁜 놈, 소설 한편 = 레오 까락스 감독의 <광인>
‘하수도에 사는 광인’이라는 코믹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소재로 도쿄를 이야기한다. 일본 영화에 조예가 깊은 레오 까락스는 주인공 ‘광인’의 존재를 고질라의 도시 도쿄와 딱 맞는 소재라고 생각해 <광인>을 탄생시켰다. 영화 속 광인은 지저분한 외모와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초반에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점점 포악해지면서 도쿄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레오 까락스 특유의 풍자와 광기로 나타난다. 터질 것 같은 도쿄의 인구들 속에 이성을 잃고 미쳐가는 이 남자, 그는 도쿄 전체를 미쳐가는 도시로 만들어 간다. 그가 나타낸 미쳐가는 도시는 코믹하면서도 슬프고 쇼킹하다.
‘도쿄’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세 명의 개성 가득한 감독들을 통해서 전혀 다른 세 버전의 영화로 탄생되었다. <도쿄!>를 통해서 봉준호는 첫 번째 멜로를, 미셸 공드리는 판타스틱한 동화 같은 상상력을, 레오 까락스는 미치광이 같은 광기 어린 상상력을 선보인다. <도쿄!> 안에서 미세한 공통점과 달라도 너무 다른 감독들의 특성을 느끼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삼인삼색 무한상상 <도쿄!>는 10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