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안 대표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잔디밭에서 가진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당선을 목표로 나왔다. 정권교체를 할 것”이라며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들은 벌써부터 구애에 나섰다.
윤석열 후보는 “오래 전부터 안 대표가 우리 정치에서 많은 역할을 했는데도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단일화에 응하고 결과에 승복해 열심히 도와준 게 정권교체 희망을 갖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 대표는 대한민국의 중도적 가치를 가장 상징하는 분으로, 중도지향적인 분들을 모셔오려면 안 대표가 없어서는 안된다”면서 “지난 9월 초에 안 대표와 만나 정권교체를 향한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과거 DJP연합과 같은 공동정부 창출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유승민 후보도 “만약 안 대표가 따로 나와서 몇 %라도 가지고 가버리면, 내년 본선에서 1∼2% 차이로 굉장히 박빙이 될 것”이라며 “그런 선거에서 제3지대의 후보를, 단일화 노력도 안 하고 그대로 두고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따라서 안 대표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 할테니 단일화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후보도 “어렵더라도 안 대표와 단일화는 해야 한다”며 “본인이 ‘내가 아니면 안된다’라는 걸로는 어렵다. 단일화를 안하면 4년 전 선거의 재판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는 5일 선출되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현재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홍 후보와 윤 후보 중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단일화 국면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홍 후보와 안 대표와 관계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지 얼마 안 돼 당시 무소속이었던 홍 후보가 대구에서 회동 한 이후 안 대표와 유대 관계를 맺어왔으며 가치동맹을 같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될 경우에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대표 간 불편한 관계가 단일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4·7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 대표가 단일화 협상을 벌일 때 안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는 ‘악역’을 자처해 결국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당선 시키는데 기여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윤 후보와의 관계는 윤 후보가 정치 입문 직후 안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오찬 회동을 제안하고 성사시켰을 정도로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