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달 29일 공식적으로 발표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놓고 김부겸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히자 이를 다시 이 후보가 반박하면서 집권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첫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적정 규모의 가계 지원은 꼭 필요하다”면서 당 및 원내 지도부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적극 추진을 요청하자 이에 김 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 그보다는 손실보상금에 제외된 여행·관광업, 숙박업 등을 어떻게 돕느냐가 제일 시급한 과제”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김 총리는 “재정 당국의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재원이라는 게 뻔하다”면서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정부 재정 상황상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는게 어렵다는 점을 거듭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종일 반응을 하지 않다가 오후에 ‘만화의 날’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이란 남아서 하는 경우는 없고 언제나 부족한데, 선후 경중을 결정하는 게 예산정책”이라고 재차 정부를 압박했다.
이처럼 당정갈등이 표면화 되는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은 김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진의 파악이 우선이라며 조심스런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총리 발언의 맥락을 모르고 얘기하기가 좀 곤란하다”면서도 “2022년 본예산에 넣는 것은 예산 과목이 있어야 하기에 정부와 협의해야 하고, 내년 추경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 후보가 지난 5월 제안해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가상자산(비트코인 등) 과세 유예'에 대해서도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밝혔던 것이고, 증권 거래를 하다가 이익이 나도 거기도 과세를 하지 않느냐. 그런 점으로 봐주면 될 것”이라고 대립했다.
이처럼 이 후보와 김 총리가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가상화폐 과세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것은 1차적으로는 재정 여력에 대한 시각차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편·선별지급’ 논란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윳돈이 있으면 형편이 더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더 두텁게 지원하자는게 김 총리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여의도 정가에서는 현재 대권주자인 이 후보와 미래 대권후보군으로 꼽히는 김 총리 사이에 정국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여당 대선후보의 대표 공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몰라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일부 조정되더라도 결국 합의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