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최근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로 호남 지역 민심과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전직 국회의원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를 두고 호남 지역에서는 “정치적 충격 넘어 ‘배신’”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CNB=심원섭 기자)
'윤 캠프' 합류한 호남출신 의원들
민주당 텃밭서 변화 실감케 하지만
'철새 정치인'이란 비난도 여전해
윤석열 품으로 찾아온 호남 출신 전 국회의원은 광주에서 4선 의원을 지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경진·송기석·장성민 전 의원 등 모두 5명이다.
박 전 부의장과 김 전 원내대표는 최근 윤 후보 공동지지 선언문을 통해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중도와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가 마음을 턱 놓고 함께 할 수 있는 국민통합정당으로 거듭나게 한다면 대선에서 압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남에서도 국민의힘 변화와 윤 후보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놀라울 정도의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부의장은 지난 2000년 전남 보성·화순에서 무소속으로 첫 금배지를 달았고 2004년 재선에 실패했으나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광주 동구로 지역구를 옮겨 통합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돼 4선을 역임해 ‘오뚝이’라 불렸다. 특히 정치하는 동안 4번 구속됐으나 모두 무죄를 선고받는 진기록을 세워 ‘불사조’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박 전 부의장의 서울대 법대 후배인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광주 광산구에서 첫 당선된 이후 광산갑으로 분화된 지역구에서 18대에는 통합민주당, 19대 민주통합당, 20대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 내리 4선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민생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력 대권후보였던 민주당 출신인 이낙연 전 총리와 나란히 있는 사진을 선거 현수막으로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지만 낙선했다.
이들 두사람에 앞서 같은 국민의당 출신이자 호남 출신인 김 전 의원은 윤 캠프에서 대외협력특보를, 송 전 의원도 광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광주 북갑에 출마해 광주·전남 지역 최다 득표율(70.8%)로 당선됐으며 국회 입성 후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를 계기로 ‘스까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어 청문회 스타로 발돋움했다. 국민의당 분당 과정에서는 민주당 문을 두드렸으나 무산되는 바람에 무소속으로 21대 총선에서 재선 도전에 나섰으나 역시 민주당 바람에 무릎을 꿇었다.
송 전 의원은 21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인재영입 1호로 입당해 2016년 국회에 입성했으나 자신의 선거캠프 회계책임자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직위상실형인 집행유예 등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장 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은 ‘범죄와의 전쟁’으로 선거 구도를 짜야 확실한 정권교체 이룩할 것”이라며 “야권에 유리한 선거 구도를 짜려면 윤석열 후보가 가장 확실한 와일드카드”라며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 전 의원은 지난 8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경선에 뛰어 들었으나 예비경선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으며, 이후 윤 후보와 만나 연대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민주당이 독주하던 호남에서 총5명의 전직 의원들이 보수 야당의 유력 후보를 지지하는 광경은 새삼 민심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여론은 정치적 충격을 넘어 배신이라는 분위기다.
호남 지역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출세하고 정치한 사람들이 전두환을 찬양한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바른 행동이 아니다. 이들이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해서 따라서 지지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 한 호남 출신의원도 통화에서 “영혼 없는 다섯명 철새정치인의 추락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 현명한 국민들은 이미 그 끝을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진영에서는 호남 출신 의원들의 윤석열 지지가 현 정권에 실망한 지역민들을 대변한 소신있는 행보라고 보고 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직 의원들이기는 하나 지역에서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의 중량감은 무시할 수 없다. 지역 민심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