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던 홍준표 후보를 제치고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청와대까지 이르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윤 후보는 정치입문한지 불과 4개월 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됐지만, 자신과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후보가 남은 4개월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로 대통령에 걸맞은 본인의 자질과 능력, 두 번째로 본인의 리스크 해소 및 처가 관련 의혹, 세 번째로 2030·중도층 이탈 차단 및 범야권과 화학적 결합이다. (CNB=심원섭 기자)
과제1 ‘대통령 자질과 능력’에 대한 물음표 떼내야
윤 후보는 지난 27년 동안 검사로만 살아오다가 정치에 발을 들인 지는 4개월에 불과하다. 이에 윤 후보는 “정부나 국회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지만 검사 생활을 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해 공부했다”면서 “개가 모자란 부분은 전문가를 기용하면 된다”의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나 민심은 윤 후보의 해명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이번 본경선에서의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놓고 보면 윤 후보보다 정치와 지방행정 경험을 갖춘 홍 경선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윤 후보를 정권교체의 상징으로 인정한 보수적인 당심과 중도층을 포함한 민심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있는 셈이다.
특히 윤 후보의 ‘불안한 후보’라는 이미지는 자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후보는 지난 7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주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아프리카 손발 노동’ 등 메시지를 낼 때마다 낮은 이해도와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해 구설에 올랐다.
더구나 경선후보들과의 TV토론에서는 ‘윤석열의 복지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전문가를 활용한다지만 정책과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대통령이 관료를 고르는 안목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말실수가 잦았던 윤 후보는 경선 막판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떠밀리듯 사과하면서 ‘개 사과’ 사진으로 더 큰 논란을 불러 이러한 논란이 반복된다면 중도 확장이 필수적인 본선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과제2 ‘고발사주’ 등 각종 의혹 해소해야
윤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의 고발 사주 의혹은 물론,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대검의 장모 관련 문건 작성 의혹 등 본인과 처가가족들이 연루된 각종 의혹도 시한폭탄이다.
여권은 물론 언론의 검증 대상에 올라 있는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새로운 의혹에 제기된다면 윤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정의’라는 가치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사기관의 칼 끝에 따라 대선후보로서의 운명이 요동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보수 진영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직접적 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은 그가 ‘정권 교체가 가능한 후보’라는 사실에 근접했다고 믿기 때문이지만 만약 지지율 하락으로 ‘유일한 선택지’에서 이탈 할 경우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제3 당내 ‘원팀’ 및 ‘보수 원팀’ 구성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달 중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대선 체제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홍 의원과의 원팀 구성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홍준표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는 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저의 수락 연설보다 훨씬 빛났다”고 홍 의원을 치켜세우면서 “이제 우리는 모두 ‘정권교체를 위한 깐부’”라고 강조했다.
물론 본경선에 올랐던 홍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세 명의 후보는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지만,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는 등 마음을 좀처럼 추스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8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경선 이후 당 안팎에서 불고 있는 탈당 및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2030청년세대의 움직임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지지하던 경선후보의 낙선으로 등을 돌린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면서 “즉 국민의힘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했던 이들 청년층의 희망이 당내 기득권으로 분류되고 았는 60대 이상, 영남권 기존 세력에 의해 좌절됐다는 점에서 ‘도로한국당’으로 회귀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당뿐 아니라 보수진영과의 ‘화학적 결합’도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물론 당내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승복 선언으로 당내 ‘원팀’ 구성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만 윤 후보가 지난 8월 입당 후 경선 룰 등을 둘러싸고 각을 세워온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관계도 풀어야 한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