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소위 ‘킹메이커’로 불리우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33년 악연을 이어온 두 사람은 각각 민주당 이재명 캠프와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에서 선거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맞불게 됐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이재명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통상 선거 캠프의 상임고문은 명예직 정도로 평가받지만 장악력이 강한 이 전 대표의 특성상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20년 집권론’을 언급한 바 있는 이 전 대표는 지역구도를 깨기 위한 ‘영남 후보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선 때부터 이해찬계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는 조정식 의원이 이재명 캠프의 상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는 등 요직을 차지한데 이어 자신의 조직인 ‘광장’도 이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 전 대표는 최근 서울과 자신의 지역구인 세종시를 오가고 있는데 일정 부분 선거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며, 이에 민주당 의원들도 이 전 대표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전 대표보다는 한층 더 노골적으로 선거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 모두 김 전 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이견이 없는 상태다.
김 전 위원장은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전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선거 전략부터 인선까지 그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 전 위원장은 지난 경선 당시 윤 후보 캠프에 대해 “지난 5개월간 파리떼 속에서 헤매어 왔다”고 혹평한 만큼 대규모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킹메이커’로 불리는 두 사람은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에서 김 전 위원장이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 후보로, 이 전 대표가 야당인 평화민주당 후보로 첫 격돌해 이 전 대표가 승리한 바있다.
이때부터 33년 간 질긴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김 전 위원장은 친노 그룹의 좌장이었던 이 전 대표를 컷오프 했으나 이에 이 전 대표는 불복한 뒤 탈당해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또 두 사람은 지난해 총선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맞붙어 민주당이 180석 가량 획득하며 압승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당 대표로서 선거 전반을 관리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공천이 끝난 뒤 급하게 투입돼 별다른 역할을 못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