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4개월도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본선 승리의 최대의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도 표심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두 대선후보 모두 중도층 지지율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서로의 반대 진영에서 추앙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을 치켜세우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지난 2일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환‘했던 이 후보다.
그는 1호 공약인 ’성장의 회복‘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는 지난 5일 보수 진영의 본거지인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서도 “나는 실용주의자다.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고 옳은 쪽으로 간다"며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 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거듭 박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그리고 이 후보가 12일부터 시작하는 전국 민생투어의 출발점을 부산·울산·경남으로 잡은 것도 동남권 중도·보수층을 일찌감치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11일 여의도에서 <CNB뉴스> 기자와 만나 “이재명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민심에 따를 자세가 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 후보는 지난 10일 광주 5·18 묘역을 방문한 뒤 다음날 전남 목포의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과 경남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잇달아 찾아 ’통합‘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 모두 통합을 강조하셨고, 특히 노 전 대통령께서는 소탈하고 서민적이면서 기득권과 반칙, 특권과 많이 싸우셨다”며 “국민통합이라는 것이 용서와 화해의 통합도 있지만 부당한 기득권을 타파함으로써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 두 분 모두에게서 이런 정신을 다 배우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후보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애창곡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노래로 평가 받고 있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꼽으면서 “대구에서 부장검사로 있던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 그때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며 애틋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윤 후보는 그동안 자신의 검찰총장 임명권자였던 문재인 대통령과는 철저하게 각을 세워온 것과는 별개로 민주당 출신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예우를 갖추고 있다. 이는 중도층 표심에 호소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1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서로 상대 진영의 전직 대통령들을 언급하는 것은 중도 성향에 가까운 상대 지지층을 빼앗아 오려는 측면이 있다”며 “이 후보는 '탈 윤석열' 유권자들을, 윤 후보는 '탈 이재명' 유권자들을 겨냥한 어젠다를 계속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