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정치평론 컴백...여의도 '술렁'
친문 좌장 역할...이재명, 큰 우군 얻어
방송출연해 이재명 엄호, 표심 향배는?
정치평론을 하지 않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원에 나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이 비록 정계를 은퇴한 몸이지만 친노 친문 진영에서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로서는 큰 우군을 얻은 셈이다. 특히 일부 친문 세력이 아직도 이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 전 이사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평론을 재개함으로써 1년 반 만에 정치현장으로 돌아왔다.
유 전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는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고 선을 그은 뒤 “이 후보 선대위에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안 있을 것”이라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된다고 해서 정부의 직책을 받을 일도 없고, 또 그가 속한 당에서 후보로 출마할 일도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생존자’를 꼽으면서 그 이유에 대해 이 후보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18살 때까지 소년 노동자로 지내면서 사회생활할 수 없을 정도의 그런 상해를 입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인생을 살았고 대학 진학 후 공부를 한 이유도 생존하기 위해서였다”고 언급했다.
또한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가) 진짜 문제가 심각하게 있었으면 못 살아남는다”라며 “2010년 성남시장이 되고 나서 수사도 많이 받고 기소도 당해서 대법원까지 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건의 판결이 다르게 나왔더라면 정치적으로 사망했을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사실상 생존자에 가까운 그런 경로를 거쳐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의 ‘형수 욕설’ 상황에 대해서도 "(이 후보의 애기로는) 형이 우리 엄마한테 할 수 없는 엄청 욕을 했다. 그런데 형수가 형 편을 들었다. 형수랑 통화하면서 형을 바꿔 달라고 했더니 안 바꿔줘서 형수한테 얘기했다. 당신 오빠가 당신 엄마한테 뭐라고 말하면 좋겠느냐라고 말한 것을 앞뒤를 자르고 가운데 흉악한 표현만 시중에 나돌았다"라며 이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다만,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가 그런 표현 자체를 입에 올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전 이사장은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생존 과정에서 있었던 골육상쟁(骨肉相爭)이다. 형이 시정 개입을 못 하게 막으려다 생긴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후보가 상처가 많다는 게 이 후보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뭐 이래’라고 느낄 수 있는 게 많다. 물론 이런저런 작은 오류들은 있었을지 모르겟으나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만큼의 하자나 이런 것들은 없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는 한 인간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볼 때 완성형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머리가 좋고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목표 의식이 뚜렷해서 자기를 계속 바꿔나가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가 민주당 계열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진보 쪽은 사고방식이 연역적이라 추구해야 할 최고 가치를 세우고 과제를 설정하고 수단을 선택하는 식인데 이 후보는 각론으로 바로 들고 나온다. 귀납적 사고방식”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후보의 ‘과제중심형’ 사고가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을 받는 것과 맞닿아 있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이사장은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 입장에서는 좀 당혹스러운 것”이라면서도 “지금 부동산 문제는 철학으로 접근하면 잘 안 된다. 과제중심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곧바로 대들어서 하나씩 처리해 가는 리더십을 원해서 경선에서 이 후보가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이사장은 “대장동 사업은 100% 민영 사업으로 하는 것에 비하면 잘한 일”이라며 “물론 대장동 사업을 다 공적 사업으로 해서 개발이익을 다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은 지적할 수 있지만 다 못가져왔다고 비판하고, 하나도 못 가져오게 법을 만들고 제도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지금와서 그러는 것은 아무리 정치가 검투장 같은 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너무 낯뜨거운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이사장은 대장동 의혹 및 고발사주 의혹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정치권의 ‘쌍특검 논의’에 대해서는 “특검 대상을 무엇으로 하느냐. 이름을 무엇으로 하느냐로 싸우다 보면 대선은 이미 끝날 것”이라며 “어차피 특검은 처음부터 정치공세였다. 대선에 중요한 변수는 아니고 늘 있는 공방전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이사장은 오는 연말부터 대선 때까지 한 방송국의 TV 정치 토크쇼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기로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대선 정국에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의 한 측근은 10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전 이사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비평을 재개한 이유와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향후 방송에서 본인이 직접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