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당 내홍을 뒤로 하고 외연확장을 위해 어렵게 1박2일에 걸쳐 호남방문에 나섰지만, 극빈층 비하, 민주화운동 부정 등 잇단 실언만 남긴 채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후보는 23일 전남 순천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열린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도 많지만, 그 민주화운동이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한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한, 나라 밖에서 수입한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이 발언은 운동권 출신의 86그룹에 매몰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나 결론적으로는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말로 비화됐다.
윤 후보는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여수광양항만공사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화운동이 외국에서 수입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된 이념이, 그 이념에 따른 운동이 민주화운동과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이라며 “문민화 이후에도 그런 이념 투쟁들, 이념에 사로잡힌 운동권에 의해 사회 발전이 발목 잡힌 경우가 많았다는 말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후보는 또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정치를 시작하며 ‘9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가 같으면 (함께)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대척점에 있는 정당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입장을 가졌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더 혁신하고 지지를 포용할 수 있는 정당이 되게 하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22일 전북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n번방 방지법’ 관련한 질문에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저소득층 비하 논란을 낳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뜻”이라며 “가난한 사람이나 공부를 못 한 사람이든 자유인들이 연대해서 자유를 느끼게 하려면 그분들에게 여건을 보장하게, 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윤 후보의 이번 호남행을 두고 "본전도 못 건진 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