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31일 4자 TV토론 대신 국회나 제3의 장소에서 지상파 방송 중계없이 양자 토론을 먼저 하자”면서 양자 토론을 고수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은 “법원이 방송사 주관 양자 TV토론을 불허했으니 민주당 이 후보와 방송사 밖에서 따로 양자 토론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이는 보수표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패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윤 후보가 사실상 4자 토론을 최대한 미루면서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다른 후보 참여를 보장하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을 우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4자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민주당과 먼저 합의한 양자 토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당 박주민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27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31일 양자토론을 원한다니 이재명 후보는 수용한다”면서 윤 후보 측이 제안한 양자토론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한 고위관계자는 28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4자 토론은 후보들의 정책들을 제대로 드러내기가 어렵다”면서 “양자 토론이 서로 다른 점을 부각하고 국민들께 자기의 입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더 유용한 토론 방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히 국민들은 양자 토론을 더 보고 싶어하고, 더 듣고 싶어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당당하게 양자 토론에 먼저 응하고 4자 토론은 다음에 결정하면 된다”면서 “법원의 가처분 취지는 방송사 초청 토론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합의에 의한 양자 토론 개최는 무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법원은 지난 26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방송사가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채 방송토론회를 실시·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바 있어 이 관계자의 이러한 주장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TV토론이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상황에서 토론에서 배제된 후보자는 향후 선거에서 불리해질 우려가 있고, 유권자가 이들 후보의 정책·현안 등을 접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즉 TV토론을 다른 주요 후보와 함께 하라는 취지이지 양당만 따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3당은 국민의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4자토론을 회피할 수단으로 양자 토론을 사용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성사 단계에 있는 4자 토론에 적극 참여해주고, 펼요하다면 국민의힘이 제안한 양자토론을 평행해서 진행하면된다. 양자 토론 제안으로 성사 직전에 두고 있는 4자 토론을 회피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역제안은 법원 결정을 정면으로 역행한 것으로서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를 굳히고 설 밥상 대화에 윤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나란히 오르게 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이라며 “만약 국민의힘이 4자 방송토론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선거방송 준칙에 따라 국민의힘 후보를 빼고 3자 토론을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한 고위 관계자도 “국민의힘이 방송사에서 제안한 31일 4자 토론에 불참 의사 밝혔으면 제외하면 된다. 국민들도 벌써부터 상왕처럼 군림하며 토론 가려서 하겠다는 정당의 후보 목소리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윤 후보가 양자 TV 토론 무산 후 방송 중계 없는 양자 토론을 이재명 후보에게 제안한 것은 토론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옹졸한 제안”이라며 당 행보에 실망감을 표출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27일 자신의 SNS에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가 방송사 토론회는 선거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영향력이 작은 토론회를 하자는 제안은 옹색해 보인다”며 “윤석열 후보는 앞서가는 수권 후보로서 어떤 형식의 토론도 당당히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리스크 면에서도 다자토론이 양자토론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