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적폐 수사' 발언 일파만파
보복수사 당한 노무현까지 소환돼
여권 결집 효과에 국민의힘 '긴장'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를 하겠다’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발언이 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총결집’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불과 3개월 남았음에도 4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문 대통령 지지층이 '반윤' 정서로 결집할 경우, 여권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상대적으로 덕을 보게 되고 윤 후보는 자충수를 둔 셈이 된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집권 시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거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해야죠. (수사를) 해야돼”라고 말했다.
이에 그동안 선거에 관한한 철저하게 말을 아끼며 중립을 지켜왔던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공식 대응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윤 후보를 향해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재직 시절엔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의 ‘문재인 적폐수사’ 발언을 계기로 과거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보복성' 검찰 수사를 당해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다시 대선판에 소환됐다.
과거 친노무현계(친노) 핵심이었던 한 인사는 11일 <CNB뉴스>에 “윤석열 후보가 문 정부 적폐수사라는 ‘정치보복’을 입에 담아버린 이상, 이번 대선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참담한 일(노무현 서거)을 막아야 하는 대선이 돼 버렸다”면서 “다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를 외치는 그런 시대를 맞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친노 원로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도 ‘윤석열 후보는 또 누구를 모해하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어디 감히 문재인 정부 적폐라는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라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선거대책위원회 정무실장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발언은 한마디로 공개적인 정치 보복 선언으로 역대 대선에서 유례가 없던 초유의 사건”이라며 “염치도 없고 신의도 없고 상식도 없는 정말 망발, 오만함의 극치다. 자기가 검찰기관에 아직도 총수 수장인 걸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이 같은 공세는 무엇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에게는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친문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정치보복’ 등 악습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의 지지를 넓힐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긴급 메시지, 논평, 의원들의 SNS 메시지 등을 총동원해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캠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되어 공식 업무를 시작한 시점과 윤 후보의 발언이 맞물리면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는 일부 친문인사들과 호남 부동층의 결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복안이다.
국민의힘 측은 이런 상황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윤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새 정부가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전 정부 일이 시차가 지나며 적발되고 문제가 될 때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게 돼 있다는 원론적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이 어쨌든 ‘정치보복’이라고 받아들여 결집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있었던 수많은 모순적인 정책이라든지 아니면 또 부패로 점철된 부분 같은 것들을 일거에 일소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 우리 후보가 선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