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대선 전 합류해 선대위 공동 국가비전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마지막 대선 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이 후보의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손짓’은 다당제 보장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 카드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계속 러브콜을 보내는 연장선 상에서 책임총리 및 국민 내각을 골자로 한 통합정부 구상을 매개로 합리적인 보수층까지 외연 확대를 시도하는 차원으로 분석되는 동시에 나아가 집권시 실제 통합정부 구성을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한 핵심 인사는 28일 <CNB뉴스> 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최근 직·간접적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대선 전에 합류, 선거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자신과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전위는 지난해 말 선대위 재편 과정에서 국민통합과 차기 정부 국정과제 설계 등을 위해 신설됐으며, 이에 이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공동 비전위원장을 제안한 것은 통합정부 구상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이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지난 6일 전격적으로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87년 체제 극복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에서 이 후보는 ‘당선되면 뭘 하려고 하느냐’는 김 전 위원장의 질문에 “정치를 바꿔야겠다”면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고 이에 김 전 위원장은 “87년 헌법을 개정할 때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의 권한은 건드리지 않고 직선제만 도입했는데 그것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하겠다”고 답했으며 김 전 위원장은 “진심이라면 선거 기간에 국민이 믿을 만하게 확실하게 하라”고 격려했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 등을 비롯한 중도·보수 원로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한 뒤 지난 14일 명동에서 본격적인 선거 유세를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통합 선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및 각료추천권 등 권한 실질적 보장 ▲부총리 등 각 부처 자율성 최대 존중 ▲지방자치 강화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을 통해서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겠다고 밝히면서 “필요하다면 4년 중임제 개헌 등을 위해 필요하면 임기 단축도 수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비전위원장을 제안을 한 것은 이런 맥락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른바 87년 구체제 종식에 대한 대국민 선언이 이행될 수 있도록 김 전 위원장도 선거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국민통합에 대한 기자회견 당시 통합정부 구성을 위해 가칭 국민통합추진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여야를 넘나들면서 활동해온 김 전 위원장이 적임자라는 평가가 당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이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통화에서 “이 후보의 당선 이후 통합정부 구상을 펼치기 위해서는 김 전 위원장의 정치적 경륜과 경제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 등을 보면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정부 구성에 김 전 위원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나 총리 등의 후보로도 김 전 위원장이 거론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나라가 잘되고 진정성이 있게 한다면 도와줄 수 있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두고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