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대장동 개발 의혹'을 놓고 또 충돌했다.
2일 저녁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사회 분야를 주제로 열린 선관위 주관 마지막 법정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윤 후보가 먼저 ‘대장동 의혹’ 문제를 꺼냈으나 이 후보가 ‘대선 후 특검 수용’에 대한 답을 거듭 요구하면서 두 후보는 지금껏 있었던 토론 가운데 가장 크게 충돌했다.
윤 후보는 본인의 주도권 시간에 “이 후보가 대장동 사건을 설계하고 승인했음에도 검찰이 이 수사를 덮었는데 그 덮은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보도 내용을 거론했다.
더구나 윤 후보는 구체적으로 “남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서 ‘이것을 언론에 공개되면 이 후보 낙마한다, 내가 좀 일찍 귀국했으면 민주당 후보가 바뀌었을 거다’고 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에서 자기는 1000억만 챙기면 된다고 했다는 녹취록도 공개됐다”면서 “이런 후보가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얘기하고, 노동 가치 얘기하고, 나라 미래 얘기를 한다는 건, 국민을 좀 우습게, 가볍게 보는 처사 아닌가”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벌써 몇 번째 울궈먹는지 모르겠다. 대선 끝나더라도 반드시 (대장동) 특검하자는 것 동의해 주시라. 거기서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 당선돼도 책임지자는데 동의하시나”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거 보세요”라고 불쾌감을 표시했을 뿐, 이 후보의 ‘대선 후 특검’ 제안에 대한 답변을 바로 내놓지 않고 서로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윤 후보는 명확한 답변 대신 “지금껏 다수당으로서 (검찰) 수사 회피하고. 대선이 국민 앞에, 애들 반장선거인가. 정확하게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덮었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이 후보는 “그래서 특검하자고”라고 다시 답변을 다그쳤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저는) 2월 25일 TV토론 이후 나온 자료를 말했고 새로이 언론에 나온 것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도 “윤 후보님. 그래서 특검하자고요. 왜 동의를 안 하시나”라고 말하는 등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답변을 압박했다.
두 후보는 마무리 발언 때도 대장동 문제를 놓고 서로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검해서 책임 있으면 대통령이 되더라도 (책임)져야 된다는데 (윤 후보가) 동의하지 않는 것 보셨지 않나”라며 “이것으로 저는 분명히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결론낼 수 있다 생각한다”고 계속 윤 후보를 ‘몸통’임을 강조했다.
윤 후보 역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저희(국민의힘)가 ‘작년 9월부터 (대장동) 특검하자’고 했는데 지금까지 다수당(민주당)이 이걸 채택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선거를 지금 일주일 남겨놓고 특검을 하자고 한다”며 “이렇게 후안무치하고 부패한 민주당 정권이 집권연장을 한다는 것은 재앙”이라고 역공세를 취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대장동 특검 추진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해 온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가 연이은 질문에도 답을 피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자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특검을 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인데, 윤 후보가 특검을 피하는 것처럼 비춰진 듯하다”며 “국민의힘이 하자고 할 때는 안 받고 대선 일주일 전에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고 되쳤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특검 수용 답변은 토론회가 끝난 뒤 카메라 밖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토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가 특검 이야기 하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지난 9월부터 우리가 계속 주장해 온 건데, 이걸 민주당에서 다수 의석을 갖고 눌렀다. 무조건 (특검을) 해야 된다고 본다. 어떤 형식이든 수사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특검 좋다”면서 “제가 당선이 돼 나중에 취임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니까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일체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장외에서 같은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TV토론 후 논평에서 “윤 후보는 다섯 번의 토론 내내 주제와 상관없이 대장동 네거티브만 했다”면서 “그러나 당선 후에도 특검을 통해 모든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히고 책임지자는 이 후보의 제안은 끝까지 거부했다.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수차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다가 (이 후보가)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TV토론에 나와서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며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대장동 게이트’ 특검은 내일 당장이라도 처리하여 실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