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당선…헌정사상 최소득표차
여의도 출신 아닌 첫 ‘장외 0선’ 대통령 탄생공정 화두...거대야당된 민주당과 협치 관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전대미문의 초접전 끝에 힘겹게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후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되찾게 됐고, 더불어민주당은 성난 민심 앞에 정권을 내놓게 됐다. (CNB=심원섭 기자)
윤 후보는 9일 대선에서 초박빙 혈투를 벌인 결과 10일 오전 6시21분경에 당선을 확정지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표차는 불과 24만7077표에 불과한 0.73%p차이였다.
이 후보는 사전투표부터 개봉된 개표 중반까지는 우세한 흐름을 보였지만 자정을 지나 본투표 개봉이 본격화되면서 윤 후보가 역전했다.
이후 끝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고 지상파 방송3사의 출구조사때 나온 0.6%p 격차가 거의 그대로 적중하면서 승리를 굳혔다.
이 후보는 이날 새벽 3시 40분께 침통한 표정으로 여의도 민주당사로 나와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패배를 선언했다.
이어 이 후보는 승리한 윤 후보에게는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당선인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이 후보의 승복 선언 직후 서초동 자택을 나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밤이 아주 길었다”며 고마움을 표한 뒤,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로 나와 “오늘 이 결과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대선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이런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자세를 낮췄다.
또한 윤 당선인은 경쟁한 이재명, 심상정 후보에 대해 “두 분께도 감사드리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우리의 경쟁은 일단 끝났다. 모두 힘을 합쳐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당선인 신분에서 새 정부를 준비하고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다 ‘권력 정점’에 올라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4일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라고 퇴임사도 없이 전격적으로 검찰총장직을 내던진 뒤 불과 1년 6일 만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이었던 지난 2013년 야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정당성에 의구심을 가졌던 국가정보원의 댓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미움을 사 ‘풍운아 삶’을 걷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를 목적으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 댓글을 단 사건으로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대선 개입이 인정돼 윤 당선인은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윗선의 반대에도 용의선상에 오른 국정원 인사들을 체포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했던 지난 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나는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전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기도 했다.
이 사건은 윤 당선인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섰던 첫 사례가 돼 3개월의 징계를 받고 특별수사팀장 자리에서 경질된 것을 시작으로 4년간 한직을 떠돌았다. 더구나 선후배 검사들은 자신들의 인사 불이익을 우려해 그를 멀리하는 바람에 점심을 혼자 먹어야 할 만큼 외톨이 신세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윤 당선인은 지난 2016년 12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수사를 맡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시켰다.
이어 윤 당선인은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하는 등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상승 가도를 달렸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전직보다 5기수나 낮았지만 검찰총장의 길목으로 가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이다.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 인사의 관례를 벗어난 파격 인사였다. 윤 당선인은 이례적으로 취임식을 생략하고 업무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윤 당선인은 적폐청산 수사에 속도를 냈다.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비자금 횡령 혐의를 수사하며 구속했으며, 특히 전대미문의 사법농단 사건 수사해 헌정사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그를 검찰총장으로 기용했다.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할 만큼 두터운 신임을 보이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주문했으며, 이에 윤 당선인은 “늘 원칙에 입각해 마음을 비우고 한발 한발 걸어 나가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치권의 러브콜을 외면했던 윤 당선인이 정치 입문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던 것은 지난 2020년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였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에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국감장에서 “지금 윤석열 대통령 후보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윤 당선인은 “제가 소임을 마치고 나면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답해 정치권에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윤 당선인은 이듬해 3월 검찰총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 26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은 “우리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 뒤 1년 만에 자신의 다짐대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