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0순위’로 꼽혀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총리직을 거부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그 속내를 놓고 얘기가 분분하다. 안 위원장은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선인이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드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CNB가 여야 정치권을 두루 취재해 안 위원장의 속내를 대략 3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봤다. (CNB=심원섭 기자)
첫째, 당권 잡아 유리한 고지 점령
안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직을 고사한 데는 국민의힘과 합당 후 당 내 외연확장을 통해 차기 대권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해 차기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이 5년 뒤 자신의 세력이 ‘미미한’ 국민의힘 안에서 대선 경선을 치를 경우 낙마할 확률이 높은 만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합당 후 당내 권력지형 변화를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당 내 조직이나 기반을 다져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도 정치를 대표하는 안 위원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 등에 힘을 실어주고 대승을 안겨줄 경우 당 내 기반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내년에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위원장측 관계자는 31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위원장은 앞으로 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일들에 주력할 것”이라며 “따라서 6·1 지방선거 지원 사격을 통해 당의 지지기반 확대와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둘째, 안랩 주식 처분 문제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이 보유하고 있는 수천억대 안랩 주식을 처분하고 경영을 포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총리직을 맡으면 2개월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위원장 측은 “백지신탁이 우려됐다면 애초에 정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172석 ‘거대 야당’으로 전락한 더불어민주당의 안 위원장에 대한 강한 비토 기류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장관과는 달리, 총리는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수당으로서 결정권을 가진 민주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안철수 X파일’ 의혹이 재점화된 것을 안 위원장이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다. 안 위원장 부부의 과거 위장 전입 논란 등이 다시 부각돼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을 받을 경우, 낙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애초부터 안 위원장은 인수위원장직만 원했지 초대 총리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윤 당선인 주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셋째, ‘총알받이’ 피하면서 정부 내 세력 확장?
어느 정권이든 초대 총리는 야당의 집중 견제를 온몸으로 받아내야했다. 안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안 위원장으로서는 이른바 ‘총알받이’가 되느니 ‘총리 0순위’를 포기해 공동정부의 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숨고르기를 하면서 자신의 인사를 초대 내각에 비중있게 포함시켜 영항력을 행사하는 쪽을 택했을 수 있다.
실제로 안 위원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자격 있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분들을 장관 후보로 열심히 추천할 생각”이라며 말해 과학기술 등 일부 분야에서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을 입각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