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호남 출신의 경제·대미통
새정부 첫 검증대...윤, 협치 강조
상황 바뀐 민주당, 송곳 검증 예고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임영된 한덕수(73) 전 총리를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검증하겠다며 벼르고 있어 주목된다.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을 받는 한 전 총리지만 새 정부 첫 검증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여야 간 기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CNB=심원섭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한다. 한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으로 특히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경제, 통상, 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은 분”이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는 대내외적 엄중한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닦아야 하고,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경제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 나아가야 한다”며 “한 후보자는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진보-보수 정권 넘나든 역대급 경력 소유자
한 후보자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통상 분야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국무총리까지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어 한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2년 주미대사를 끝으로 관직에서 물러난 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국무역협회장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지내는 등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중용됐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넘나들며 중용됐던 인사가 또다시 총리로 기용된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서 백전노장의 귀환인 셈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한 전 총리에게 15년 만에 다시 총리직을 맡긴 것은 그동안 쌓아온 국정운영의 경험과 경륜을 토대로 엄중한 위기 상황에 놓인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를 아우르고, 민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낼 최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철저검증’ 속 신중론도
하지만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비록 한 후보자가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선 패배에 실망한 지지층을 재결집 시키기 위해서는 ‘선명 야당’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송곳 검증'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고위당직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한 후보자가 적합한 인물인지를 엄밀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라며 “국무총리에게는 과거의 전문성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청문 요청서가 제출되면 한 후보자의 국민통합 실천 의지, 핵심 과제 해결 역량, 책임총리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도 “20년 전 사람인데, 지금 세계 경제 등 상황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느냐. 한 후보자는 쉽게 얘기하면 보신주의적 경제 관료다. 경험이 많은 것과 일을 잘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면서 “특히 한 후보자는 존재감 없이 무책임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으로 전형적인 ‘바지 총리’로서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국민통합이 될 것이라는 건 아주 1차원적인 접근이다. 과거 경력과 지역연고가 후보자 지명의 배경이라면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 자질과 역량을 꼼꼼하게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남지역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출신 지역이나 과거 이력을 따졌을 때 한 후보자 카드에 담겨 있는 윤 당선인의 ‘협치’ 의지를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면서 “자칫 민주당이 무조건 새 정부의 인선을 거부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인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지난친 검증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