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류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 한 시대의 한국 정치를 이끌었던 이른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정치인들이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 두 사람 모두 '86'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 전 수석은 6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저는 오늘부로 정치를 그만둔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했던 시련과 영광의 시간들과 함께 퇴장한다”고 밝히면서 “정세균 전 총리의 덕과 실력, 공인의 자세를 부러워하며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의 의지와 원칙, 선한 리더십을 존경하며 도전의 시간을 함께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최 전 수석은 “첫 출마를 하던 20년 전의 마음을 돌이켜봤다. 제 소명이 욕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겁게 걸머지고 온 저의 소명을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시나리오로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재명 후보의 앞길을 지도로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당의 어려움도 눈에 펼쳐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전 수석은 “굳이 은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까닭은 이 비상한 시국에 혼자 버려두고 가는 짐이 너무 죄송스러워서다. 단언하건대 저는 이제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는 그만두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작은 일이라도 있다면 찾겠다”고 밝혔다.
최 전 수석은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86그룹의 대표 주자 중 한명으로서 경기 남양주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을 하다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하며 정계에 입문한 이래 19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했다.
그러다가 최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2015년 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 캠프의 인재 영입을 주도하며 친문인사로 불리기도 했으며 2020년부터는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으로 일했다.
86그룹 용퇴론은 지난 대선 전 송영길 전 대표가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우상호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재확인하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여기에 김영춘 전 장관의 정계은퇴 선언으로 세대 교체론이 탄력을 받았다.
다만, 송 전 대표가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는 바람에 쇄신 움직임에 역행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최 전 수석은 송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차출이 아니라 사실상 자출(스스로 출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