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검찰 수사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기로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법 시행은 3개월 미루고, 검찰에서 떼어낸 수사권을 이관할 대상 등에 대해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약 20명이 토론에 나섰고, 원내대표의 당론 추인 요청에 따라 별도의 표결 없이 의원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당론 추인이 이뤄졌다.
이처럼 민주당이 검찰과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부 출범 전인 4월 국회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민의힘은 즉각 장외투쟁 등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며 반발하는 등 정국이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이 검찰과 정치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에 매달리는 것은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검찰의 정치보복성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추진의 표면적인 이유로 “검찰의 과도한 특권 제한”을 내세우면서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권력에 대한 확고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대선 패배 뒤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의총 직후 <CNB뉴스> 기자와 만나 “이번에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못하면 6·1 지방선거에서 ‘집토끼’마저 놓칠 위기”라며 “어차피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승산이 높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지지층을 단단히 다져놓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뒤 ‘검찰공화국’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현재 172석으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데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과반 의석과 법사위원장을 확보하고 있어 국회의장의 여야 합의 요구 등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주당이 4월 국회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오는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져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의당과 검찰은 즉각 민주당을 강력 비판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민주당은 70년간 시행해 온 형사사법 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려 하면서 심도 있는 검토도, 대안 제안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검수완박은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검수완박 강행은 대선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기 위한 ‘방탄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또한 헌법이 전제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권을 법률로 없애는 것이어서 위헌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본회의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 등 물리적 저지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검찰청도 이날 오후 민주당의 의총 결론이 전해지자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특히 김오수 검찰총장은 “필사즉생 각오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통과를 막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