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인 지난 1월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손실보상 소급 적용은 헌법상의 당연한 귀결”이라며 손실보상 소급 적용 방침을 분명히 하기로 한 ‘대선 1호’ 공약을 취임도 하기 전에 파기될 상황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28일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소상공인이 정상화되고 회복되는 것까지 지원해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의 하나로 역할을 하게 돕는 것이 목표”라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전체 소상공인과 소기업 약 551만개 사를 대상으로 추계 결과를 반영한 ‘피해지원금’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즉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안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함에 따라 매출 감소로 납세 부담이 가중된 점을 고려해 소상공인의 소득·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2~3개월 연장 등 세정지원과 지방소득세 납부기한 3개월 연장하는 등 세제·세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은 엄연히 달라
안 위원장은 “소상공인과 소기업 551만개사가 2019년 대비 2020년~2021년에 입은 손실을 약 54조원으로 추산하고 이 결과를 반영한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특히 손실보상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 7일 이전의 손실에 대해서는 ‘피해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장상윤 코로나특위 정책지원단장도 “손실보상 소급 적용은 법을 개정해야 하고 개별 소상공인의 손실 자료가 없을 수도 있고, 이를 일일이 확인하려면 행정 부담이 있다”며 “손실보상 보다는 지원금 형식으로 실질 보상하겠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해 결국 인수위는 ‘손실보상’은 소급하지 않는 대신 이를 ‘피해지원금’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하지만 ‘손실보상’과 ‘피해지원’은 지급 대상과 지급 금액부터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이 나와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손실보상’ 대상은 정부 조치로 실제 손실을 입은 업체가 대상이 되며, 지급 금액도 계산식에 따라 손실에 비례해 결정되는 반면, ‘피해지원금’은 정부가 지급 대상과 지급 금액을 편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발생 이후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정부가 지급했던 ‘버팀목자금’·‘재난지원금’ 등이 피해지원금인데, 지급 때 마다 대상과 금액을 정부가 결정했기 때문에 결국 ‘피해지원금’은 정부가 줘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되는 ‘시혜급부적’ 성격이라면 ‘손실보상금’은 정부가 법적으로 마땅히 지급해야 하는 의무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29일 <CNB뉴스> 기자와 만나 “손실보상은 헌법 제23조 3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은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손실보상’은 법적인 의무인 반면, ‘피해지원금’은 그야말로 수수한 복지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라면서 “인수위가 손실보상을 소급 적용하지 않고 피해지원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면 현 정부가 현재 하고 있는 방식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현 정부는 코로나 발생 이후에도 ‘손실보상’ 보다는 ‘피해지원금’ 지급을 선호해 왔으나 정치권과 여론에 밀려 지난해 7월 손실보상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후에도 ‘손실보상금’과 ‘피해지원금’을 상호보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대선 1호 공약’으로 줘도 그만 안줘도 그만인 ‘피해지원금’보다는 정당하고 온전한 코로나 ‘손실보상금’을 강조해왔다.
더구나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현 정부는 법에 ‘따른 정당한 손실보상'이 아닌 ’위로금 성격의 소액 피해지원금‘ 지급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을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윤 당선인의 ’대선 1호 공약‘이 취임도 하기 전에 파기될 처지에 놓이자 공약을 지지했던 소상공인 단체들은 격앙된 반응 보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수위 발표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윤 당선인의 ’대선 1호 공약‘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소상공인의 중지를 모아 강력히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