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국무총리가 나눠 갖게 하는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조정실장으로 추천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임명이 무산되면서 책임총리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CNB=심원섭 기자)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윤 행장을 두고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불리우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반대 의사를 강하게 전하는 등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바람에 윤 행장은 결국 “고민 끝에 여기서 그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고사 의사를 밝혔다.
국무조정실장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총리 보좌 및 부처 조율이 주요업무라 총리 의지가 많이 반영되는 자리다. 때문에 한 총리는 공개석상에서 윤 행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국민의힘에서 반발이 커지던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사실만 말하면 윤 행장은 소득주도성장에 문제가 있어서 문재인 정부가 불렀다”며 “윤 행장이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후 소득주도성장이 포용적 성장으로 이름이 바뀌고 최저임금 인상도 종전보다 무리하지 않았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한 총리가 최측근 인선부터 실패하면서 윤 대통령이 공언했던 책임총리제가 시작부터 무색해졌다. 앞으로 줄곧 자신이 강조해 온 ‘덩어리 규제 개혁’ 등 더 큰 부담이 있는 정책이나 인선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30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덕수 총리가 국무조정실장에 임명하려 했던 윤종원 은행장이 ‘자진 고사’ 방식으로 낙마한 것은 한 총리가 ‘협치카드’가 아니라 ‘의전총리’, ‘식물총리’였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며 “윤 행장이 낙마한 것은 ‘윤핵관’의 뜻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한덕수 길들이기’에 나선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여의도 소식통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총리가 윤 행장을 국무조정실장에 추천했음에도 불구하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한 총리를 공개적으로 망신 준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이 ‘한덕수 길들이기’를 하면서 정국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한 총리에게 경고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