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이 확장된 첫날인 22일, 문 전 대통령은 낮에 처음으로 사저를 나와 약 1시간 정도 평산마을을 둘러봤다.
비서진에 따르면, 수염을 기른 문 전 대통령은 반소매 셔츠에 반바지 차림, 샌들을 신고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산책 도중 만나는 마을주민과 악수를 하거나 웃으며 손 인사를 했다. 또 사저 옆 이웃집에 들러 주민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그동안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욕설, 고함, 깡통 두드리는 소리가 지난 5월 10일 이후 100여일 만에 사라진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문 전 대통령 경호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경호처와 경찰은 경호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부터 최장 300m까지 넓혀 평산마을 입구 쪽부터 평산마을 뒤쪽 지산마을 마을버스 종점까지 경호에 들어갔다.
경호구역이 시작되는 청수골 산장 앞 도로에는 철제 펜스가 등장해 경호처 직원들과 경찰은 출입 차량을 세워 일일이 검문한 뒤 평산마을로 들여보냈다. 가방이 있으면 소지품 검사도 했다.
또한 확성기, 스피커 부착 차량의 마을 진입을 차단했다. 따라서 이날 지붕에 대형 스피커를 단 승합차가 평산마을에 들어가려다 경호구역 입구에서 곧바로 차단당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을 윤 대통령이 수용한 결과다. 김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지고 경호처와 이야기해 (양산 사저) 현장의 사정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시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협치를 위해 마련된 의장단 만찬에서 의장단의 건의를 바로 수용했다”면서 “그래서 만찬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경호구역 확장 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7일 출근길 문답에서 양산 사저 집회·시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 집무실 (인근)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 문 전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양산 시위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은 신현영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 대통령과 평산마을 주민의 고통, 안전을 생각한다면 늦었지만 합당한 조치”라며 “윤 대통령과 김 의장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