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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에스알(SR)·현대로템…국민생명 담보 잡은 ‘검은 카르텔’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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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3.10.27 10:08:22

1조원대 새 고속열차 입찰 과정 석연찮아
에스알 간부 입건해 ‘짬짜미 의혹’ 수사 중
안전불감증이 낳은 대구지하철 참사 잊었나
철저한 수사로 카르텔 세력 발본색원 해야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종국 에스알(SR) 대표가 답변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이 대표는 에스알-현대로템 간 짬짜미(입찰비리)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현대로템 사외이사인 여형구 이사는 국토부 2차관 출신이다. 이분은 차관 시절 에스알을 만드는데 1등 공신이었다”(민주당 허영 의원)

“에스알과 현대로템 관련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민주당 허종식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김건희 여사 일가와 관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전임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등 여야 간 정쟁으로 얼룩진 가운데, 눈길을 끄는 사안이 있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함께 국내 고속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공기업인 에스알(SR)의 입찰비리 혐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에스알의 고속철이 수서를 기점으로 전국으로 뻗어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생명·안정과 직결된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에스알 이종국 대표의 국감답변, CNB뉴스 취재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에스알은 지난 4월 신규 고속열차 EMU-320(동력분산식 고속철) 112량(5255억원)과 차량 유지보수 서비스(4750억원)를 묶은 1조원 규모의 입찰을 시행했고,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이 경쟁사인 우진산전을 누르고 낙찰 예정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철도업계에서는 입찰 직전 평가위원 명단이 외부로 흘러나갔다는 말이 돌았다.

즉시 내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입찰방해 혐의로 3명을 입건했다. 이중 1명은 에스알의 차량기술처장 A씨다. 나머지 2명은 현대로템 측 관계자로 추정(허종식 의원 주장)된다.


경찰은 A씨가 평가위원 명단을 유출했는지 여부 등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에스알과 현대로템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CNB뉴스 취재 결과, A씨는 압수수색 직후인 8월 31일 직위해제 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알 관계자는 CNB뉴스에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A씨에 대한)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도 “(입찰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A씨를)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에스알이 허종식 의원실에 제출한 기술평가 점수표에 따르면, 당시 계량평가에서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은 각각 20.0, 19.685로 0.3점 가량 차이 나는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비계량 평가에서 현대로템은 67.80점을 받아 64.51점을 받은 우진산전을 3.3점가량 크게 앞서며 사업을 따냈다. 이 평가에서 에스알이 선정한 평가위원 9명은 모두 현대로템에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 17일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에스알 이종국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사과드린다”며 “국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 조심스런 측면은 있지만 ▲에스알이 A씨를 서둘러 직위해제 한 점 ▲경찰이 허 의원실에 수사 중인 사건을 공표한 점 ▲이 대표의 태도(국감장에서 사과) 등으로 미뤄볼 때 짙은 의혹이 느껴진다.

특히 에스알과 현대로템은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여형구 현대로템 사외이사가 2011년 국토부 기조실장이었을 때 이종국 에스알 대표가 국토부 고속철도 담당 과장이었으며, 여 사외이사가 국토부 제2차관을 맡고 있던 2013년에 에스알이 설립됐다. 이 대표는 작년 7월 고속차량 혁신추진단 단장을 맡아 현대로템에게 SRT 열차 복구를 맡겼다. 앞서 이 대표는 2019년 부산교통공사 사장일 때 당시 현대로템 우유철 부회장과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같이 방문하기도 했다.

국토위 소속 허영 의원(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여형구 이사는 차관 시절 에스알을 만드는데 1등 공신이었다. 국토부가 특혜를 준 업체에 국토부 전관 출신 인사가 있다”며 현대로템-에스알-국토부 간 카르텔 의혹을 제기했다.

 

2019년 10월, 이종국  당시 부산교통공사 사장(현재 에스알 대표)가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해 새로 제작된 철도차량 모형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로템 공식블로그 캡처) 

 


철도교통은 국민생명과 직결…국가 차원 진상조사 필요



에스알은 2013년 주식회사로 설립되긴 했으나, 대부분 주주는 공기업 또는 그에 준하는 공적자금이다. 지분 59%를 보유한 정부(국토교통부)가 대주주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차량·노선을 공유하고 있어 코레일과의 통합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에스알은 수서를 출발점으로 경부·호남·경전·동해·전라선을 운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에스알 입찰비리 의혹은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중대범죄이기 때문이다.

 

입찰비리는 비리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비리로 인해 더 안전하고 기술적으로 우수한 업체가 선정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그만큼 더 위험한 열차를 타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철도교통은 사고가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우선이다. 에스알은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철도 사건인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 중 하나가 하청업체의 부실한 전동차 내부 시공이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국감이 끝나면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잦았지만, 이번 만큼은 사법당국과 국회가 끝까지 이 의혹을 파헤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찰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로템의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사진=연합뉴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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