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5.06.09 10:17:43
김대섭 작가는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갤러리나우(GALLERY NOW)에서 4일부터 28일까지 개인전 '물아(物我) – 경계 너머’를 전시하고 있다.
김대섭 작가의 작품은 구상회화다. 현대 컨템포러리 아트가 주도하는 미술 세상에서 구상회화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김대섭 작가의 작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작가는 왜 구상회화, 그 중에서도 극사실적인 작품을 고집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작가의 답변은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고 그 가치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필자는 4일 작가를 만났다.
"그림 그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재현" 아닌 "심상으로 그린다"
마침 김대섭 작가가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 오픈 리셉션을 개최하고 있어서, 작가가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대섭 작가는 "왜 극사실을 하느냐, 사진을 찍으면 되지라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그려보면 '그건 아니다. 내가 행하지 않으면, 말로만 듣는 것과는 정말로 다르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저는 사진을 보고 그리지 않는다. 심상으로 그린다. 사진과 그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차이가 난다. 즉 색과 온도 등 여러가지 과정들이 명료하게 차이가 나고, 해보지 않으면 정말 모를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난다. 일례로 사진은 공간감이 없다. 하지만 그림에서는 색의 온도를 가지고 당기고 밀고 하는 밀당을 하게 된다. 그리다 보면 내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 것처럼 그림을 그리게 된다. 작품을 할 때 지휘자가 된 기분이다."라고 답변했다.
사진을 보고 그리지 않는다는 말 속에서 그의 작품이 너무나도 극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절대로 '재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사진과 다르게 작가의 임의적인 밀당, 또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지휘자'가 되어 색과 온도로 작품의 공간감을 창조한다.
"시리즈의 변화가 두렵지 않고 설렌다"
자신의 '퓨처셀프'가 궁금한 김대섭 작가
김대섭 작가의 작품은 그동안 4개의 시리즈로 변화해 왔다. 현재의 물아(物我)시리즈는 극사실적이지만, 이미 작가는 다음 작품 시리즈를 꿈꾸고 있다.
필자는 만난 김에 김대섭 작가에게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것을 물었다. 예상 외로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답변해 놀랐다. 필자가 더 놀란 점은 답변하는 작가의 얼굴에서 '변화의 고통'보다 '변화의 설레임'이 더 느껴젔다는 것이다.
김대섭 작가는 이렇게 답변했다. "제가 요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2021년도 작품을 보면서 '내가 이런 것을 어떻게 생각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퓨처셀프(미래의 자아)처럼 미래에서 온 내가 과거의 작품을 보는 것과 같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 아니라 정말로 나다운 것, 나의 심성에서 나온 여러가지 것들을 포함해서 고전문학의 질문들이든지, 앞으로의 작업 시리즈를 저도 솔직하게 기대하고 있다. 밑작업이나 단순히 그리는 행위가 아닌 추상적 바탕에 구상이랄까? 저는 구상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대섭 작가의 물아(物我) 시리즈?
이번 전시에 4개 시리즈 모두 전시
김대섭 작가는 현재까지 4개의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번에 갤러리나우에서 발표하는 작품들은 4개의 시리즈를 모두 보여주고 있어서 전시가 더 풍성하다. 하지만 주로 넓은 2층 공간에는 작가의 극사실적인 과일 등을 그린 작품들, 즉 최근 시리즈인 물아(物我)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물아(物我) 시리즈는 캔버스처럼 사용하는 고재(오래된 木材)와 그 위에 극사실적으로 그린 과일을 결합해 마치 조각과 평면이 함께하는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고재와 관련해 작가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주로 직접 구하는 오래된 나무를 캔버스처럼 사용한다. 험한 나무들을 갈고 닦는 수십번의 공정을 거쳐서 이처럼 나오는 것이다. 마치 낡고 없어지는 것들을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시 작품을 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그 외에도 이번 갤러리나우(대표 이순심) 전시에서는 과거 시리즈인 '터-삶 시리즈', '메모리 시리즈', '사의-사실 시리즈' 등도 볼 수 있다. 일상에서의 빛나는 순간들의 빛을 살피는 ‘터-삶’, 유년시절의 감성적 기억들을 소환한 ‘Memory’, 동양화의 여백미에 서양화의 사실적묘사를 녹여낸 ‘사의–사실’ 등 작가 김대섭의 여정을 보여주는 전시다.
김대섭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국내외에서 개인전 36회를 열면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왔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평론가상과 수채화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은 미술은행, 서울지방법원, 대구법원 등 여러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CNB뉴스= 미술평론가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