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5.06.12 17:06:25
부산대학교는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이건희 교수와 서울대학교 첨단융합공학과 박성준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인쇄 공정 과정에서 전기를 흐르게 하는 도전성(導電性) 형성과 전기를 차단하는 절연 포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신축성 회로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리간드’라는 특수 분자가 결합된 액체금속입자(Ligand-bound Liquid Metal Particles, LB-LMPs)를 기반으로 하며, 별도의 활성화나 캡슐화 과정 없이 안정적인 신축성 전도체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회로 공정 대비 공정 간소화와 기능성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웨어러블 전자 시스템, 재활 모니터링, 신경 자극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고온 조건에서 NMP(N-Methyl-2-pyrrolidone) 용매에 초음파를 가해 분자 구조를 열어주는 반응을 유도했다. 이 과정으로 만들어진 아민계(amine) 리간드가 액체금속입자 표면에 달라붙어 입자가 쉽게 산화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잘 퍼지게 도와준다. 인쇄 공정 후에는 용매가 자연스럽게 증발하면서 리간드는 입자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고 입자들끼리 스스로 달라붙어 전기가 잘 통하는 통로를 형성한다. 이와 동시에 입자들이 하부로 가라앉고 고분자는 상부에 형성돼, 별도의 공정 없이도 전도층과 절연 포장층이 동시에 구현돼 위 아래로 상이 분리되는 수직 상분리 구조가 완성된다. 즉, 복잡한 과정 없이 한 번의 인쇄로 전도성과 절연 기능을 동시에 갖춘 회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선택적 도전층 형성 기술도 구현했다. LB-LMPs/고분자 복합체 위에 은 플레이크(Ag flakes) 기반의 고밀도 잉크를 도포하면 상부 절연층을 뚫고 하부 전도층과 연결되는 수직 전기 통로가 형성된다. 이 방식은 원하는 영역에만 전기적 연결을 제공하며, 그 외 부분은 절연 상태를 유지해 회로 간 단락을 방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층 회로와 수직 전기 연결(VIA) 구조가 간단하게 구현됐으며, 회로 내 구성 요소와의 정밀한 전기 연결도 가능해졌다. 실제로 연구팀은 온도 센서 및 심박 측정(PPG) 기능이 통합된 다층 구조의 신축성 회로를 제작하고, 피부 부착 상태에서도 정확한 생체 신호 측정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전도성 고분자인 PEDOT:PSS와 이번에 개발한 액체금속입자(LB-LMPs)를 조합한 신축성 전극(PLE)을 제작했다. 이 전극은 피부에 직접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잘 늘어나기 때문에, 웨어러블 바이오 센서나 건강 모니터링 기기 같은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전극은 신축성과 생체적합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실제 의류에 통합해 근전도(EMG) 및 심전도(ECG) 측정을 수행한 결과, 일상적인 움직임에서도 안정적인 신호 수집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나아가 이 전극을 이용해 마우스 좌골신경을 자극하는 실험도 수행해, 60 mV의 낮은 전압에서도 다리 움직임을 유도하는 등 신경 자극용 임플란트 전극으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부산대 교수와 서현엽 카이스트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 서울대 강지형 교수와 박성준 교수가 교신저자로 수행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 28일자에 게재됐다.
이건희 부산대 교수는 “유연 전극을 효율적으로 프린팅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의미 있는 결과”라며 “프린팅을 통해 고무처럼 부드러운 전자소자를 제작해 헬스케어 시스템, 임플란터블 전자소자 및 유연 로봇에 핵심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