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6.03.20 10:38:44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이 불참한 6개 원내 정당이 이재명 대통령이 ‘단계적 개헌’ 검토를 지시한 지 이틀 만인 19일 ‘비상계엄 요건 강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 민주항쟁의 정신’ 등을 헌법에 담은 개헌안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헌 논의와 관련해 “야당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으며 부마항쟁도 넣자는 주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부마항쟁도 헌정사에서 의미있는 일인 만큼 한꺼번에 하면 형평성에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 의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초당적 개헌 추진을 위한 연석회의’를 열고 개헌안 공동 발의에 착수하기로 하는 등 개헌안 발의 여론 조성에 나서면서 6·3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우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국회가 실시한 국민 의견조사에서 비상계엄 통제 강화, 지역균형발전 명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에 대한 압도적 공감대가 확인됐다”며 “특히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방안은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 의장은 “이제는 각 당의 차이를 넘어 개헌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함께 응답해야 할 때”라며 “한 줄이라도 바꾸는 것으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책임 있는 수권 여당으로서 개헌의 결실을 보기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며 “이제는 국민의힘도 역사의 직무 유기를 끝내고 국민의 명령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국회의 결단만 남았다”라며 “여야가 충분히 합의할 수 있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의제부터 추진하는 내용의 개헌안 발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윤 어게인’과의 단절에 아직도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계엄 요건의 엄격화를 주장해 다신 헌정사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 태도를 취할 책임이 있다”며 “의장과 여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 탓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는 “개헌안은 수정할 수도 없고 국민 찬반투표만 받아 평상시 참여가 어렵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상시적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 개헌특위를 상설화했으면 좋겠다”며 자당이 발의한 국민 참여 개헌 절차법 통과를 거론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것에 큰 유감을 표한다”며 “5·18 정신을 부정하고 내란 청산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역시 내란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특위 구성 협조를 촉구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이를 정쟁 소재로 삼거나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서 개헌을 막는 일을 벌인다면 또 한 번 내란 상황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결단의 차원으로 과오를 반성하는 길을 걷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장실은 개헌안 발의 ‘데드라인’을 헌법상 개헌 투표 규정과 6·3 지방선거 동시 실시를 고려해 오는 4월 7일로 보고 있다. 일단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로 가능한 개헌안이 발의되면 대통령은 곧바로 공고를 해야 하고, 공고는 20일 이상 이뤄져야 하며 국회는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의결한 뒤 의결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이에 국회에서는 5월 4∼10일 사이 개헌안이 통과돼야 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안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197명)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161석)과 범여권 군소정당(18석), 무소속(5석·강선우 의원 제외), 개혁신당(3석)까지 더할 경우, 187석으로 개헌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에서 최소한 10표 정도 이탈표가 나와야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이들 6개 정당의 이번 행보가 개헌 성사 자체보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고위관계자는 20일 오전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개헌을 하기 위해 197표라는 확고한 의결 정족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107석의 제1야당을 뺀 채 개헌을 논하는 것은 사실상 개헌의 실현 가능성을 스스로 낮추는 모순”이라며 “실제로 개헌할 의사가 있었다면 연석회의 같은 보여주기식의 정치적 선언 보다는 제1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실질적 타협안 제시에 집중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 의장을 비롯한, 이날 회의에 참석한 6개 정당 원내대표들은 내달 7일 헌법 개정안 발의를 목표로 오는 30일 2차 회의 전까지 국민의힘의 참여를 설득하기로 했으나 정치권에서는 헌법 전문 수정은 어느 정도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겠지만, 당장 여야 간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아 지선과 함께 개헌 투표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 수도권 대학 정치학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개헌에 협조한다면 쉽게 갈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여야가 대립적인 상황과 연관돼 있다 개헌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특히 국민의힘이 반대 논평 등을 낸 것을 보면 결국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며, 민주당으로서도 야당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카드로) 줄 게 있어야 하는데 별로 없어 결국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