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출자·출연기관들의 채용과 인사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채용 점수 입력 오류로 고득점자가 면접 기회를 박탈당하고, 근무 성적이 낮은 직원이 아무런 기준 없이 승진하는 등 인사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벡스코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종합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벡스코에서는 총 7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는 5건의 위반 사항이 지적됐다.
벡스코는 지난해 1월 진행한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과정에서 응시자 19명의 서류전형 점수를 잘못 집계해 고득점자가 면접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심사위원 두 명이 부여한 점수를 잘못 입력하면서 응시자의 순위가 최대 7등까지 뒤바뀌었다. 이로 인해 서류전형에서 각각 1등, 4등, 5등을 기록한 지원자는 각각 6위, 11위, 11위로 처리돼 면접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6위, 7위, 9위였던 응시자들이 면접에 올라갔고, 이 중 6순위 응시자가 최종 합격했다.
감사위원회는 벡스코에 “응시자별 점수 합계표를 교차 검토하고, 동점자 처리 기준 적용 여부도 반드시 확인하라”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더불어 “서류 입력 오류로 면접 기회를 박탈당한 응시자에 대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인사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원장이 사실상 단독으로 승진자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승급자 30명의 근무 성적을 분석한 결과, 절반인 15명이 근무 성적 후순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승진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인사위원회는 단지 승급 제한 대상자의 적격 여부만을 형식적으로 심의했을 뿐, 적정한 승급자를 평가하거나 의결하는 역할은 하지 않았다.
감사위는 “인사위원회가 심의·의결 기구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사 공정성과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하며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관련 규정을 개정해 인사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도록 하라고 시정 요구했다.
이외에도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출장여비 116만 원을 부당 지급하거나 공무국외출장 심의를 열지 않는 등 절차를 무시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행정상 시정·주의 조치 5건, 신분상 주의 조치 16명에 대한 조치가 요구됐다.
벡스코 또한 전시회 임대료를 임의로 할인하거나,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총체적인 관리 소홀 문제가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감사위는 벡스코에 주의 3건, 개선 1건, 권고 1건, 통보 1건 등 행정상 조치를 요구했으며, 직원 3명에 경고, 5명에 주의 등 신분상 조치도 내렸다.
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출자·출연기관의 인사와 채용 전반에 대한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도 개선과 사후 점검을 통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