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성기자 |
2025.06.17 11:04:53
(CNB뉴스=신규성 기자) 대구의 문화유산을 시민 삶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 중심 인문학 프로그램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를 이끄는 신형석 본부장이 있다.
신 본부장은 대구향토역사관, 대구근대역사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등 대구 시립 3개 박물관을 총괄하며,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구향토역사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5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선정돼, 오는 10월까지 역사 강좌, 생태 탐방, 체험이 어우러진 시민 참여형 인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신 본부장이 기획부터 현장 운영까지 직접 챙기며 공들인 이번 사업은 ‘더 커진 대구야, 달성과 놀자’를 주제로, 달성공원과 달성토성을 중심으로 한 대구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프로그램의 첫 일정으로 ‘달성공원 노거수와 식생을 통해 보는 대구 역사’ 답사가 열렸다.
답사에는 식생앤생태연구소 이정아 소장이 동행해, 시민 30여 명이 회화나무, 참느릅나무, 상수리나무 등 공원 내 주요 노거수와 식생을 관찰하며 생태와 역사 사이의 접점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설명은 이른바 ‘일제 잔재 향나무’ 논란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정아 소장은 “현재 달성공원에 서 있는 향나무는 흔히 '가이즈카 향나무'로 불리며, 이는 1920년대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으로, 1909년 순종황제와 이토 히로부미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기념 수목과는 다른 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1930년대 일본인의 기록에 따르면 해당 기념 식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현재 향나무를 일제 잔재로 보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형석 본부장은 “달성공원은 단순한 도심 공원이 아닌, 대구 역사의 살아 있는 무대”라며 “문화유산을 자연·생태와 접목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 누구나 역사와 더 친숙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오는 19일에는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최재현 부장의 ‘고대 달구벌국의 중심지, 대구 달성’, 다음 달 3일에는 충남대학교 이성우 교수의 ‘독립운동사에서 본 달성공원’ 특강이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열린다. 강연은 사전 신청을 통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신 본부장은 “박물관은 전시관을 넘어 시민과 지역문화가 소통하는 생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대구 시립박물관들이 살아 숨 쉬는 교육 공간이자 지역 정체성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