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무대 뒤 인간적 모습 따듯하게 담겨
한 시대 탑가수의 눈으로 본 세상·사람 이야기
영광→좌절→홀로서기…굴곡진 삶, 희망 안겨
대부분 연예계의 뒷이야기는 가십이 대부분이나 윤영아의 자전적 에세이 속 이야기에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충격적인 소재로 화제를 삼으려는 의도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윤영아의 따듯한 심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90년대 미니데이트를 히트 시키고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가 2020년 ‘JTBC싱어게인’을 통해 ‘50호 가수’로 다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윤영아가 최근 자전적 에세이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고백>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1990년 KBS 청소년 창작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당차게 가요계에 등장한 윤영아는 데뷔곡, 미니데이트를 발표하기 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퍼포먼스로 가장 촉망받는 신인 가수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국 가요계를 평정했던 시기, 자신의 대표곡이 된 미니데이트를 발표하며 단숨에 인기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가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윤영아의 미래를 의심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러나 훌륭한 매니저로 윤영아를 지척에서 보살피던 어머니와의 사별 이후 어머니를 대신할 매니저를 구하면서 윤영아에게 크나큰 불행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당시 연예계에 팽배했던 기획사의 전횡과 착취에 시달리며 거듭되는 불운을 겪게 된 윤영아는 이후 대중의 시선에서 모습을 감추게 된다.
그러던 중, JTBC 싱어게인에 50호 가수로 출연해 녹슬지 않은 가창력을 선보이며 90년대 윤영아를 기억하는 팬들을 감동시켰고, 2,30대의 가요팬들에게는 시대를 앞서간 가수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영아는 이후 열린음악회, 복면가왕 등 인기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다시금 활발한 활동을 재개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5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자신의 인생역정을 그린 자전적 뮤지컬 모노드라마, <보연언니 나는>을 공연하는 등 미국으로까지 활동 폭을 넓혀 나갔다. <보연연니 나는>은 대한민국 현존 여가수 최초의 자전적 연극으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에서 공연된 <보연언니 나는>이 큰 화제가 되고 윤영아는 회상의 김성호, 포크송 가수 신보연 등과 역시 미국에서 퓨전 갈라콘서트, <공감, 더 가까이>에 출연했으며, 올해 2월에는 배우 손현주와 함께 <보연언니 나는>을 개작한 자전적 뮤지컬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를 공연하며 미국에서의 활동에 정점을 찍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 시기에 평택대학교에 겸임교수로까지 임용된 윤영아는 가수로 또 연극 배우로 무대에 서며 강단에서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그 능력을 발휘 중이다.
윤영아의 자전적 에세이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고백>은 그래서 놀라움을 더한다. 도저히 틈이 없어 보이는 활발한 활동 중에 에세이집의 발간을 준비해 온 것에서 자신의 삶을 대하는 윤영아의 자세를 엿볼 수 있고, 단 한순간도 소홀히 허비하지 않으며 살아온 그의 얘기에서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실로 많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
자전적 에세이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고백>은 윤영아가 TV 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이나 자신의 자전적 연극을 통해 들려준 얘기들을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담고 있다. 화려한 전성기 때의 얘기 속에는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들의 무대 뒤 모습이 따듯하게 담겨 있다. 대부분 연예계의 뒷이야기는 가십이 대부분이나 윤영아의 자전적 에세이 속 이야기에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충격적인 소재로 화제를 삼으려는 의도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윤영아의 따듯한 심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고백>에서 작가 윤영아는 화려했던 전성기 때의 이야기보다 좌절과 시련의 시기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작가 자신의 고백대로 윤영아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한 얘기는 정작 그 시련의 시기에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든다. 화려했던 시절에는 깨닫지 못했던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작가 윤영아는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집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고백>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에 걸쳐 실은 사진들은 독자들로부터 왠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낼 듯 싶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변천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수로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려한 문장들도 감탄을 자아내는 읽을거리다. 흥미진진한 얘기를 구어체로 담아낸 부분이나 자신의 추억을 상세히 대화체로 기록한 부분도 영화나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자신의 삶이 가장 고달팠을 때를 회고하는 부분에서도 감상이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애쓴 작가의 의도가 담담한 문장들 속에서 읽히지만, 읽는 독자들은 오히려 그래서 더 감동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 윤영아가 겪었을 고통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자서전’이 아닌 ‘고백록’으로 읽혀졌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은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자 함이 아니라는 작가 윤영아의 의지로 읽혀진다. 대신 ‘어떤 좌절과 절망을 만나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작가 윤영아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윤영아 저 / 크리스천리더 / 1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