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5.07.14 10:19:57
예술은 보호되어야 하고, 산업은 발전해야 한다. 연극이 예술이라면, 네플릭스나 영화는 산업이고, 그림과 조각이 예술이라면, 건축과 디자인이 포함된 제품 등은 당연히 산업의 영역이다.
예술이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그것이 창작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되어 있는 이유는 그 만큼 레퍼런스가 인용된다는 증거다. 그래서 문화가 생기고, 거대한 산업이 발전한다. 따라서 최초 누군가의 창작은 우리 인간의 문화 발전, 산업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첫 단추다.
필자는 지난 13일 토요일 저녁 7시에 모처럼 연극을 보기 위해 동국대학교에 있는 '이해랑예술극장'을 찾았다. 집에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NETFLIX)를 켜면 세계 유수의 드라마들이 쏟아지는 시대이지만, 주말 저녁임에도 굳이 이해랑예술극장을 찾은 이유는 새로 만들어진 젊은 연극인들의 프로젝트 그룹, '컴퍼니우연'이 기획한 창작극 '유물단지(가제)'가 공연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술평론가로서 미술관과 갤러리를 거의 빼놓지 않고 다니는 입장이어서 창작집단이 창작물을 공연하는 연극을 지나칠 수 없었다. 이번엔 연극평론가가 되어 작품을 감상했다.
신선함이 돋보이는 창작물
신선험이 더 돋보이는 연기자들
창작물을 공연하는 연극 관람이 즐거운 이유는 기술복제가 일어나지 않은 순수한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연기자, 배우들의 움직임은 무대장치 조명과 어우러져, 끊임없이 이어진 회화와 조각, 설치, 퍼포먼스의 연속이다. 따라서 아우라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장르다.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 개념을 빌린다면 창작 연극을 관람하는 기쁨은 더 커진다. 연극을 보는 관람자의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또다른 창조의 영역이어서 극장에 와서 연극을 관람하는 약 1시간 동안 내 마음과 머리와 몸은 예술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죽음'은 관객의 부활을 의미한다. 이것이 우리가 회화와 조각의 연속인 연극을 관람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창작극 '유물단지(가제)'에 대해 간략하게 평론하자면, "신선한 창작물, 더 신선한 창작집단과 연기자들"이라고 평하고 싶다. 연극은 관람객이 작품을 해석하기 이전에 기획 연출자가 작품을 해석하고, 또 배우와 연기자가 작품 속 역할을 해석한다.
연출자 양해연의 작품 해석
'유물단지(가제)'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연출자인 양해연 공동창작자는 제목과 관련해 "유물들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면 어떨까?해서 제목을 만들어 봤다. (가제)까지 제목인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가제'처럼, 유물이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것처럼, 우리도 사람으로서 뭔가 많이 부족함을 갖고 살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번 연극의 제목은 '그래도 괜찮아'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지만, 존재 가치의 증명이 아닌 존재 자체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는 설명이다. 즉 연출자는 관람객에게 '너는 존재 자체로도 충분히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사실 인간의 존재 가치는 증명되거나 평가될 수도, 평가되어서도 안되는 영역이다.
배우 김정우의 작품 해석
이번 연극에서 인상 깊은 배우를 만났다. 바로 김정우다. 작품 속 역할은 남녀가 그려진 유물 속 고려인 여인이다. '유물'에서는 원래 남매지만 유물 속 그려진 모습 때문에 '연인'으로 해석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고려인 여성이다. 연극이 끝나고 잠시 이 배우와 대화를 했다.
"여러모로 힘든 것이 현실인데, 연극 무대에 서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김정우 배우는 "오디션도 보고 또 많이 떨어지고, (배우라는 직업은) 저라는 인간의 서사가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인간을 사람들 앞에 (연극 무대에) 내놓았는데, 관객들이 저의 연극을 통해 힘을 얻으실 수 있다는 사실이 제가 무대에 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배우 김정우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힘든 현대사회에서도 자신의 존재 자체에 방점을 두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극 중에서 연인으로 오해받는 존재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번 창작물 '유물단지(가제)'는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출연한 배우 7명 모두가 자신의 존재 자체의 가치를 보여준 '이 시대 의미 있는 창작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작품 '유물단지(가제)'를 관람하는 관객도 '증명해야 할 존재 가치'가 아닌 '존재 자체의 가치'를 깨닳은 창조자가 됐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