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5.07.14 13:10:19
붙일 때는 강하고 뗄 때는 자극 없이 부드러운 점착제가 개발돼, 의료·포장·전자·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부산대학교는 응용화학공학부 안석균 교수 연구팀이 소독용 알코올과 같은 인체 저자극 용매로 증기를 쐬어 주기만 하면 접착 지점에서 떨어지는 ‘스마트 온·오프(On/Off) 감압성 점착제’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감압성 점착제’는 별도의 화학 반응이나 경화 공정 없이 가벼운 압력만으로 접착이 가능해, 라벨이나 포스트잇과 같은 일상 제품은 물론, 반도체·디스플레이 보호 필름 등 IT산업 및 의료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자극에 의해 접착력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점착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열 자극을 통해 접착과 탈착을 제어할 수 있는 액정 탄성체 기반 감압성 점착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액정 탄성체는 상온에서는 높은 접착력을 유지하지만, 액정 상 전이온도 부근으로 가열되면 접착력이 감소하는 스마트 소재로, ‘열’을 통해 접착력을 온/오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기존 열 기반 접착 제어 방식은 ‘피부’나 ‘열에 민감한 기판’에는 적용이 어려워 ‘비가열(non-thermal) 방식’으로 접착력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안석균 교수팀은 ‘액정 탄성체 내 수소결합’을 도입함과 동시에 ‘용매 증기 어닐링(solvent vapor annealing) 기법’을 접목해, 용매 자극만으로 접착력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액정 탄성체 기반 점착제를 개발했다.
‘수소결합’은 두 분자 사이에서 수소 원자가 다리 역할을 하며 형성되는 비공유성의 약한 화학결합이다. 분자 간 인력이 약해 마치 분자들이 서로 끌어안듯이 붙어 있게 만드는데, 이를 액정 탄성체 내에 도입함으로써 외부 자극에 따라 점착력의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액정 점착제는 수소결합으로 내부 응집력과 계면 상호작용이 향상돼, 상온에서 기판은 물론 피부에도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한다. 또한 에탄올 등 특정 용매 증기와의 ‘선택적 상호작용’을 통해 수소결합이 일시적으로 약화되면서 접착력이 저하돼, 접착력 온/오프 제어가 가능해졌다.
특히 피부 모사 실험을 통해 손가락 및 손목 관절과 같이 움직임이 많은 부위에서도 우수한 부착력을 보였고, 동시에 소독용 알코올처럼 인체 자극이 적은 용매 증기에 수 초 정도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피부 손상 없이 깨끗하게 떨어지는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 액정 탄성체 기반 점착제가 갖는 적용 한계를 극복해, 의료용 테이프, 피부 부착형 패치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열에 민감한 응용 분야로의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책임을 맡은 부산대 안석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액정 탄성체 기반 점착제의 접착력 제어 방식을 기존의 ‘열’ 자극에서 ‘소독용 알코올과 같은 저자극 용매 증기’로 확장한 첫 번째 연구로, 점착제 설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수소결합 네트워크를 통해 특정 용매 증기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정밀한 접착력 조절이 가능해졌으며, 이는 열에 민감한 응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접착력을 구현하는 데 실질적인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 6월 24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지원으로, 부산대 응용화학공학부 석박통합과정 최수비 연구원(제1저자)과 연구 책임자인 안석균 교수(교신저자)의 주도 하에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