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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롯데글로벌로지스·케이뱅크·두나무…‘초대어급’ IPO 후보군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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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5.08.14 09:36:16

증시 부양→기업 규제 ‘양날의 검’
시장 혼란 속 IPO 대어들 몸사려
“상장해서 규제 자초할 필요있나”
“투명성이 곧 기업경쟁력” 반론도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선언하며 증시 부양에 나섰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안갯속이다. 지난 6월 23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비상계엄·내란 사태로 한동안 위축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에도 좀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새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예고하며 증시 부양에 나선 상태지만, 한편에선 기업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주식시장 향배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상장을 준비하거나 철회한 IPO 대어(大魚)급 기업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증시 부양과 기업 규제는 ‘양날의 검’ 같은 겁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금융시장 선진화라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재벌기업 입장에선 굳이 상장(IPO)해서 규제를 자초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기업과 주관사(증권사)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비상장사 홍보담당 임원)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고무돼 코스피·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속속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증시 활성화 정책이 당초 기대했던 ‘기업규제 완화’가 아닌 ‘투자자 보호’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여당의 입법 방향을 보면, 하나같이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달 국회 문턱을 넘은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 변경 및 역할 강화, 사외이사 감사위원에 대한 3%룰 적용 등 오너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다 지난달 28일에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특정 후보자에게 집중 투표해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권 강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기업의 감시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의 ‘더 쎈’ 상법 개정안(2차상법개정안)을 이달 안에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3200선 언저리 박스권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도 이런 기조에 발맞춰 기업 옥죄기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상장주식의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한 계열 지원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모회사 주주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중복상장 심사 기준을 마련 중이다. 중복상장은 모회사가 물적분할로 자회사를 만들어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뜻한다. 이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이 희석된다는 점에서 모회사 주주들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금융당국은 자회사 IPO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규제들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주식양도세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 1일 코스피는 3.9%, 코스닥지수은 4% 폭락했고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는 3200선 언저리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칼 빼든 금융당국…대어들 수면 아래로



이런 분위기는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IPO의 주된 목적이 주가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것인데,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식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IPO 대어로 꼽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 SK엔무브, 케이뱅크 등은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했다.

기업가치 약 2조7500억원으로 평가받던 SK엔무브는 이번까지 총 4차례 기업공개에 도전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오는 11월 SK온과 합병한다.

롯데그룹 물류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 시장 위축, 중복상장 논란 등 복합적 악재로 지난 5월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전자공시를 통해 “대내외 금융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 및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상장 재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가 다시 추진하는 케이뱅크는 오는 9~10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지만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는 상장 후 기업가치를 올려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오너일가 지배력을 높이는 시나리오가 회자 됐지만 결국 “때가 아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초대어급’ 두나무, 때를 기다리나



한때 미국 증시 상장설이 돌며 기업가치 10조원설이 나왔던 ‘초대어급’ 두나무도 IPO에 신중한 모습이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라는 점에서 국내외 자본시장의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산업에 친화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되면서 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트럼프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퇴직연금에 가상화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지난 11일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코인 시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두나무 측은 “IPO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상법개정안, 중복상장 논란 등이 상장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만 20여개 기업의 IPO가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올 상반기(1~6월) 코스피·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기업은 총 42곳으로 전년 동기(59곳) 대비 28.8% 감소했다. 예비심사 청구 건수도 53건으로 전년(88건) 대비 40%나 줄었다.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한 한 기업 관계자는 CNB뉴스에 “미국 관세 문제 등으로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제도 변화에 따른 투자자들의 보수적 대응이 맞물려 성공적으로 IPO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진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상장에 나설)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LS그룹은 각종 규제도 불구하고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코스피 상장 추진을 결정했다. 미국 애틀란타 소재 에식스솔루션즈 본사 전경. (사진=LS그룹)

 


길게 보면 나쁘지 않다? LS, 정면돌파 택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상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이 강화되면, 이것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인하대 겸임교수)는 CNB뉴스에 “국내증시가 저평가된 이유 중에는 전통적인 재벌 구조에서 발생하는 오너 리스크가 한몫을 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주식시장에 아주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IPO 시장에서 정면돌파를 선택한 기업도 있다. LS그룹은 중복상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코스피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이 미국 현지를 방문해 실사를 마쳤다.

재계에서는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LS그룹이 유상증자 카드를 활용할지, 이에 따른 논란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지켜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LS그룹이 IPO 과정에서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명하는지가 다른 대기업들의 자회사 상장 추진 여부를 결정짓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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