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선체 수중청소로봇의 청소부산물이(Hull Cleaning Wastewater, 이하 HCW)이 해양생물 군집의 구조 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그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고 27일 밝혔다.
선체 표면에 부착하는 선체부착생물은 선박의 속력을 저하시켜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량 증가의 원인으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오염 방지 페인트나 수중청소로봇을 활용한 청소 기술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수중 청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HCW에는 구리(Cu), 아연(Zn) 등 중금속과 다량의 부유물질이 포함돼 있어 연안 생태계에 잠재적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KIOST는 해양수산부 기술개발사업(R&D)을 통해 HCW의 해상배출로 인한 해양생태계 위험성 평가를 포함해 선체부착생물 관리 및 평가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KIOST 남해연구소 생태위해성연구부 백승호, 이보라 박사 연구팀은 실제 바닷물을 이용해 1톤 규모의 메조코즘(mesocosm) 실험을 통해 HCW의 희석비율(대조군, 1%, 5%, 10%)별 해양 식물플랑크톤, 동물플랑크톤, 부착성 미세조류 군집의 반응을 세계 최초로 평가했다.
연구 결과, HCW 농도가 고농도(5% 이상)일 경우 식물플랑크톤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으며, 동물플랑크톤은 1% 농도에서도 민감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부착성 미세조류는 오히려 잘 견디고, 농도가 높을수록 더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또한, 고농도 HCW 노출 시 다양한 종이 함께 살아가는 균형이 깨지고, 비슷한 특징을 가진 일부 종만 살아남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바다의 먹이사슬이 단순해지고, 결국 바다 생태계의 건강과 에너지 순환이 약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선체 수중청소로봇의 부산물이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라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오염원임을 규명한 성과로,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논의 중인 「선체부착생물 관리지침」의 HCW 포집 및 처리기준 마련 필요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선체부착생물은 수중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지구온난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선체부착생물의 해양환경 유해성 평가 등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