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5.09.05 13:56:28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두께의 1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초소형 나노 다이오드(전류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전자 소자)를 구현하고, 우수한 정류(整流) 특성과 광응답 성능을 실현하는 데 성공하며 차세대 나노 전자기기와 광전 소자 개발에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부산대학교는 물리학과 김지희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 인하대와의 공동연구로, 전도성 원자힘 현미경(Conductive atomic force microscopy)의 탐침(PtSi 팁)을 활용해, 접촉 면적이 6.82 nm²수준인 나노 쇼트키 다이오드(nano-Schottky diode)를 구현했다고 5일 밝혔다.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 중 ‘쇼트키 다이오드(Schottky diode)’는 금속과 반도체 사이의 경계면에서 전류를 일방향으로 흐르게 해주는 중요한 구조다. 그러나 이 구조를 더 작게 만들수록 전류 흐름이 왜곡되거나 원하는 특성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초평탄 금 전극 위에 놓인 2차원 이황화몰리브덴(MoS₂)에 CAFM 탐침을 마치 핀처럼 사용해 직접 맞닿아 금속-반도체 접촉을 형성하는 구조로, 기존 다이오드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전류 제어에 성공했다.
MoS₂의 두께에 따른 전류-전압 특성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했고, 기존 대면적 접촉 기반 다이오드에 비해 현저히 높은 정류비를 확인했다. 이는 공핍 영역을 극도로 축소해 줌으로써 전류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해당 나노 다이오드는 전류 제어 소자뿐 아니라, 빛을 감지하는 광다이오드로서의 역할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연구팀은 MoS₂의 두께 및 빛의 파장, 조사 위치에 따른 단락전류, 개방전압, 광전하 이동 양상 등을 실험적으로 분석해, 광전 효과가 극도로 작은 접촉 면적에서도 명확하게 발현됨을 실증했다. 이는 나노 구조에서도 내부 전위 장벽이 충분히 형성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과다.
논문의 제1저자로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성균관대 오세진 석박통합과정 학생은 “이번 연구는 나노미터 수준에서 전하 흐름과 광응답을 정밀 제어해 초고밀도 메모리소자와 AR/VR, 자율주행용 차세대 이미지 센서 등에 새로운 아키텍처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교신저자인 김지희 부산대 교수는 “접촉 면적을 수 나노미터 수준까지 줄이면 전하 흐름의 정밀 제어가 어려울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오히려 더 높은 민감도와 정류 특성이 구현됨을 입증했다”며 “전자 소자의 물리적 성능을 원자 단위에서 측정·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기반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초소형 접촉과 소자 두께 조절을 통한 정류 특성, 광반응, 전하 이동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사례로서, 향후 나노미터 수준의 통신 장치, 후각 센서를 포함한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 AI 기반 초소형 이미지 센서 및 뉴로모픽 소자 설계 등 다양한 차세대 응용 기술 개발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스몰(Small)』 8월 14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글로벌 선도연구센터(IRC) 과제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