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범죄’ 보이스피싱
목소리만으로 피해 일으켜
2006년 시작해 점차 심화
강력한 대응·협동이 해결책
LGU+ “주체들과 협력 필요”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내예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놈의 침묵이 시급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이 시작된 건 2006년이다. 이후 2021년까지 누적 27만 8200건이 발생했다. 이 기간 쌓인 피해 금액은 3조 8681억 원. 경찰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약 두 배인 8545억 원이었다.
올해는 이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피해액이 벌써 6421억 원에 이르고 피해자는 총 1만 2339명에 달한다. 목소리만으로 가성비 높은 사기 행각을 벌이며 큰 피해를 입히고,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입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검은 속내를 감춘, 그러나 매우 회유적인 음성이 전파되는 수단은 전화. 여기에 직접 관여된 통신사들이 보이스피싱 근절에 나선 가운데 LG유플러스의 제안이 주목된다. 지난 7월 29일 보안 전략 간담회를 열고 민생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협동 정보보안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밝힌 것. 이 자리서 유관 분야 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뭉치면 파급력이 커지기에.
제안은 구체적이었다. 개별 통신사가 각 부처, 공공기관 등과 각각 협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먼저. 모든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금융사 등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의 유관 부서·기관이 모두 모여 연합 전선을 구축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CPO, 전무)은 “LG유플러스는 물론, 모든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주기적으로 만나고 대책을 공유하면서 모든 국민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밝혔다.
실제 LG유플러스는이미 손을 넓게 뻗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공조 체계를 구축해 피해 예상 고객 방문에 동행하며 현장에서 악성 앱을 검출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경찰청과는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 방지를 위한 민관 협력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다각도로 협업하고 있다.
5초 안에 위변조 음성 가려내
한번 현혹되면 걷잡을 수 없는 만큼 방지가 최선. LG유플러스는 방어선도 구축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반 ‘안티딥보이스(Anti-DeepVoice)’ 기술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5500여건의 피싱 시도를 탐지했다. 하루 평균 183건이나 되는 무차별적 시도. AI로 위변조한 음성을 앞세운 파상공세를 AI로 잡아낸 것이다.
피해규모로 환산하면 효과는 더욱 컸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한 건당 2019년 1699만 원, 2020년 2210만 원, 2021년 2500만 원에서 최근에는 약 5300만 원까지 늘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안티딥보이스’로 한 달 동안 약 29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예방한 것이다.
이 기술은 속전즉결로 요약된다. 상대가 장광설을 늘어놓기 전에 빠르게 진위 여부를 가린다. 통화 시작 직후 5초 안에 위변조된 음성을 감지하고, 대화 패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1~2분 내 보이스 피싱 의심 여부를 판단한다.
지피지기의 힘이다. LG유플러스는 정확한 탐지를 위해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제공받은 실제 보이스피싱 스크립트를 활용해 200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합성된 음성에 대한 탐지 정확도를 98%까지 올린 비결이다.
노년층은 별도 예방 교육
아무리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해도 취약한 곳은 있기 마련.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 30.8%가 60대 이상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분별력이다. 지금 들려오는 이 목소리가 사기인지 아닌지, 이를 가르는 기준점을 알려야 하는 이유다.
LG유플러스는 60대 이상 약 300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된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와 손잡고 9월부터 전국 28개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스미싱 관련 교육을 이수한 직원을 파견해 실습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안티딥보이스’ 기능을 비롯해 주요 보이스 피싱 수법과 예방 수칙도 안내한다.
정철 LG유플러스 컨슈머영업그룹장(상무)은 “고령층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피해를 예방하고 통신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안에 진심인 통신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