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기자 |
2025.09.25 11:21:15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대한민국 유엔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며 한미 간 관세 협상과 이와 관련된 통화 스와프 등에 대해 “실질적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李-베선트 접견 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국의 외환 시장 문제는 한미 간 논의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 사안”이라며 “이 대통령이 주무 장관인 베선트에게 그 포인트를 상세히 설명했다는 점에서 오늘 접견은 협상에 있어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요구' 포함된 MOU를 미국이 보내와
그간의 한미간 논의 경과에 대해 김 실장은
△지난 7월 31일 이-트럼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 한국은 대출-보증-투자 등을 통해 상당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사항을 ‘비망록’에 적어뒀으나
△이후 미국은 양해각서(MOU)로 표현된 문서를 보내와 캐시 플로(cash flow: 현금 흐름)을 강조했으며, 이는 에쿼티(equity: 실보유 자산)를 털어, 즉 한국의 달러 보유액을 현금 형태로 미국에 투자해야 함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됐으며
△그렇다면 한국 외환 시장에 너무 큰 충격을 주기에 이를 미국에 지적했고, 한국은 대출-보증-투자 등 한국이 조달-감당 가능한 방식으로 3500억 달러의 캐시플로가 최대한 대출에 가까운 속성을 가지도록 하는 문안을 두고 협상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미국은 한국의 달러 보유액을 풀어 ‘생돈’ 형태로 미국에 꽂아넣으라는 요구인 반면, 한국은 “왜 꼭 생돈이어야 하느냐. 합리적인 사업 투자라면 금융권의 대출과 보증, 기업의 투자 등을 통해 3500억 달러를 마련해 투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얘기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에 맞고,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국익에 부합하며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협상 중”이라며 “시한 때문에 그런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화 스와프는 필요조건, 상업적 합리성이 충분조건"
또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앞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한국이 요구 중인 한미 통화 무제한 스와프(한국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제한없이 교환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김 실장은 “통화 스와프가 해결된다고 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에쿼티(현금 투자) 형태로 3500억 달러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 규모가) 우리나라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여야 하고 국회 보증 동의도 받아야 하며, 이 대통령이 강조한 ‘상업적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즉 통화 스와프는 필요조건에 불과하며, ‘사업적 합리성’이라는 충분조건까지 갖춰져야 대미 3500억 달러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김 실장은 “최소한 통화 스와프에 대한 미국의 해답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말한 것이고, 충분조건까지 다 갖춰져야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자할 것이냐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관세 협상 자체에 대해서는 “쌀-쇠고기 등에 대해선 논의할 수 없다는 게 한국의 원칙이고, 그 나머지 영역에서 실질적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협상에 대해 김 실장은 “다음 중요한 계기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이고, 그것도 염두에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말해 협상의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