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원대학교는 조영태 교수 연구팀이 빛을 활용해 물체의 부착력을 획기적으로 낮춘 표면을 개발하고, 액체가 움직이는데 저항이 거의 없는 3차원 미끄러운 구조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2025년 10월 10일자로 게재됐다.(제목: ‘Digitally fabricated 3D slippery architectures for multifunctional liquid manipulation’)
조영태 교수 연구팀은 벌레잡이통풀이나 연잎 같은 자연 표면에서 착안했다. 이들 식물은 표면에 윤활액이 스며들어 있어 표면에는 액체나 고체 물질이 쉽게 미끄러져 떨어진다. 이런 원리를 모사한 인공 표면은 ‘슬리퍼리(slippery) 표면’이라 불리며, 오염 방지, 제빙,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평평한 (2D) 표면에만 적용할 수 있어, 복잡한 3차원 구조물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UV 빛을 이용한 디지털 광조형 3D 프린터와 광경화 화학 결합 기술을 결합해, 표면에 미끄러운 액체층이 고정된 3차원 구조체를 정밀하게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물, 오일, 혈청, 꿀 등 다양한 액체가 거의 저항 없이 흐르고, 얼음도 쉽게 떨어지는 표면을 구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를 이용해, 액체가 스스로 이동하는 미세 유체칩 (SlipChip)도 제작했다. 외부 에너지 없이 물방울이 채널을 따라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서로 섞이는 현상을 보여, 향후 바이오 진단 칩, 약물 테스트 칩 등 의료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복잡한 공정이나 평면 한계를 뛰어넘어, 빛만으로 다양한 형태의 액체 제어 구조를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연구를 이끈 조영태 교수는 “UV 빛 기반 제조 기술을 활용하면, 대면적 고속 생산이 가능한 차세대 액체 제어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센서, 자가 세정 표면, 방빙 소재 등 실생활에도 폭넓게 응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연구는 미국 하버드 의대, MIT, 홍콩대를 비롯해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삼성전자, (주)캐리마 등 국내외 유수의 대학·연구기관·기업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논문의 제1저자는 국립창원대 G-Lamp사업단의 김우영 박사이며, 기계공학부 조영태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특히 미끄러운 표면을 지닌 글자와 도형을 구현한 사례로 국립창원대의 UI를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한편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유형2) 과제, 차세대 유망 Seed 기술실용화 패스트트랙과제, 그리고 국립창원대 G-Lamp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