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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경희대·경성대 공동연구, 화병 임상적 특징 과학적 근거 제시

화병 환자, 사상성격검사로 분석…과민·충동적 행동, 경직·비관적 인지, 고립·취약한 정서 특징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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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혜영기자 |  2025.11.04 12:57:27

연구 그래픽 초록.(사진=부산대 제공)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기준(DSM-5-TR)에 실려 있는 ‘화병’의 정신병리적 임상 특징이 과학적으로 규명돼, 그동안 문화적·상징적 질환으로만 인식되던 화병을 객관적 임상 연구의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부산대학교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하는 심신질환으로 인식돼 온 ‘화병(Hwabyung)’의 정신병리적 임상 특징을 규명한 연구 논문이 최근 국제 학술지 '바이오피지코소셜 메디슨(BioPsychoSocial Medicine)' 온라인판 10월 30일자에 게재됐다고 4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Biopsychological pattern underlying the psychosomatic symptoms of patients with Hwabyung from a universal perspective(화병 환자의 심신증상에 내재된 보편적인 생물심리 프로파일의 분석)’으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 연구팀이 경희대 한의과대학/강동한방병원 김종우 교수팀 및 경성대 심리학과 이수진 교수팀과의 다학제 연구로 진행했다.

'바이오피지코소셜 메디슨'은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에서 발행하는 오픈 액세스 학술지로,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행동적 요인이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며 SSCI(사회과학 인용색인)에 등재돼 있다.

‘화병’은 사회적 순종을 강조하는 전통적 유교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적 특질인 ‘한(恨)’이 결합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질환이다. 장기간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와 감정 억압으로 인해 몸속에 열이 쌓이며, 분노·불면·우울·대인관계 곤란 등 정신적 증상과 함께 열감·홍조·두통·가슴 답답함·호흡곤란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다.

그동안 고유한 발병 기전과 정신병리적 특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한국 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불분명한 증후군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세대와 국내 외국인 환자에서도 발생 빈도가 늘고 있어, 진단·예방·관리에 대한 과학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화병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의학의 음양심리 이론을 표준화한 ‘사상성격검사(SPQ)’를 활용해 심신 증상과 생물심리학적 프로파일을 분석했다.

SPQ는 행동 태도(SPQ-B), 인지 양식(SPQ-C), 정서 반응(SPQ-E) 세 가지 하위척도를 측정하는 도구로, 양적 심리는 활성화·자극을, 음적 심리는 억제·억압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화병 환자에게서 △높은 SPQ-B(행동적 과민성·충동성) △낮은 SPQ-C(인지적 경직성·비관주의) △낮은 SPQ-E(정서적 고립·취약성)이라는 특징적 패턴이 확인됐다.

이러한 프로파일은 화병 환자의 심리 증상 26.0%, 신체 증상 14.3%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낮은 SPQ-C와 SPQ-E가 스트레스의 내면화와 신체화로 이어지고, 높은 SPQ-B가 간헐적 분노·불안·우울과 같은 전형적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채한 부산대 교수는 “마치 지문처럼 화병만의 독특한 정신병리 프로파일을 발견함으로써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과 손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됐다”며 “사상성격검사가 사상 체질의 과학적 임상 진단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신질환의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경희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화병의 악화 기전도 처음으로 제시했다”며 “감정 억압 단계에서 시작해 가슴 답답함과 열감 등 신체화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어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가 폭발하는 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수진 경성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병 심리치료 지침을 제시했다”며 “SPQ-B를 낮춰 안정적 행동을 유도하고, SPQ-C와 SPQ-E를 높여 긍정적 인지와 정서적 공감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고유의 질환으로 알려져 온 화병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정신신체질환(psychosomatic disorder)’임을 국제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문화정신의학 및 정신건강 연구 분야에 새로운 학문적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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